<거세지는 중국식 일방외교-5> 정상회담 정례화로 신뢰 쌓아야

최고위급 인사 인맥등 철저 관리

중국의 대한국 일방 외교를 시정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효율적 조치나 대안들은 제한돼 있다. 공안을 비롯한 외교부 이외의 중국 각 부처와의 다각적 채널 확보, 외교 접촉시의 대등한 상호주의 원칙 확립등은 실무적 차원의 대안들로 꼽힌다.

그러나 큰 틀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다. 즉 한·중 정상간의 회담 정례화를 통한 최고위급의 채널 확보, 이를 통한 상호 신뢰 및 친근감 제고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한·중 정상관계 현주소〓솔직히 현 단계는 미흡한 수준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겸 총서기가 최고 지도자로 취임한 지 이미 1년 4개월이나 됐으나 연내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은 아직 없다. 지난해 7월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라도 방한에 나설 법도 하건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국가 원수의 상호 방문이 보통 1년내에 모두 이뤄지는 국제적 현실에 비춰보면 분명 한국 정상 외교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현실이라 해도 좋다. 더구나 후주석이 4월 방중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가진 정상 회담이나 취임 이후 지금껏 러시아나 유럽 외에도 우즈베키스탄, 태국, 오스트레일리아등까지 방문하는 정력적 정상 외교를 왕성하게 펼쳐온 현실을 감안할 경우 더욱 그렇다. 연내에는 몰라도 내년 이른 시기 정도에는 반드시 그의 방한 및 노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이다. “한국이 후주석의 방한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권리가 있다. 노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답방이 1년내에 이뤄지지 않는 것은 중국의 외교적 실례”라는 사회과학원 K교수의 말은 결코 무리한게 아니다.

◈새로운 정상 회담 전략〓한·중 정상이 다시 만날 경우 그저 의례적인 차원이 돼서는 곤란하다. 한국 외교의 블랙 홀인 비밀 외교의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후주석의 개인 취향을 비롯한 모든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 기민하게 대응하는 고도의 전술과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가령 후주석의 권력 기반이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사위는 유명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신랑(新浪)’의 전 최고경영자(CEO) 머우다오린(茅道臨)이라는 사실 정도만 노대통령이 꿰고 있어도 비밀 외교 구축의 열쇠가 될 양 정상간의 인간적 친밀도는 극대화되는 것이 가능하다. 독일의 통일이 지금은 은퇴한 헬무트 콜 전 총리가 미하엘 고르바초프 러시아 대통령과 인간적인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던 데에도 원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확실히 참고할만한 교훈이 아닌가 싶다.

물론 노 대통령이 국내의 산적한 현안을 도외시한 채 외교에 더 전념하는 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과 관련한 국제적 현안이 즉각 국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꼭 그렇게 생각할 것만도 아니다. 후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총리,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전인대) 상무위원장등 중국의 최고 지도부가 매년 경쟁적으로 나서는 전 세계 순방이 국익 극대화를 위한 전방위 외교 구축 노력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세대 박명림 교수는 “중국의 일방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략과 지혜가 수반되는 정상 외교 전략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청와대에 외교보좌관 자리가 공석인 것이 현실”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향후 정상회담의 과제와 전망〓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한·중간의 관계가 다음 단계인 전통적 우호 관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한국측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이 원하는 것만 대충 추려도 국제사회에서의 중국 입장 전폭 지지, 주한 미군 철수 내지는 전력 감축, 농산물을 비롯한 중국 제품 수입 확대 및 한국 방문 중국인에 대한 비자 심사 완화등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대부분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러니 양국이 최고 높은 수준인 혈맹 관계로 나아가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전쟁을 함께 치르는 형제국이 돼야 하나 사실상 개연성이 없다고 단언해도 좋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정례화등을 통해 최고 지도부간의 채널을 확보하고 상호 친밀감을 제고시킬 경우 양국 관계는 꼭 다음 단계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 안정적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한 중국의 일방주의 외교가 상당 부분 완화되는 것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문화일보 2004-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