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韓·中은 역사전쟁 중

(역사전쟁/ 윤명철 지음/ 안그라픽스)

“지금까지 평양 천도 이후의 고구려사는 한국사로 간주해 왔지만 이젠 전부 다 우리 역사로 봐야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중국은 왜 고구려를 자기 역사라고 우기는 것이며, ‘동북공정’이란 뭘 하려는 공정일까? 고구려의 ‘해양교섭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고구려사를 둘러싼 한·중 역사분쟁으로까지 치닫는 지금의 상황은 다름아닌 ‘역사 전쟁’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은 지금의 상황에 의문을 가진 일반인을 상대로 논쟁의 초점들을 일목요연하게 문답식으로 정리해 준다.

우선 ‘동북’이란 우리가 ‘만주’라고 알고 있는 지역을 중국측에서 지칭하는 말이며, ‘동북공정’은 그곳에서 이뤄진 과거의 모든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만들려는 공정이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하지만 ‘한반도’라는 것 자체가 아주 희미하고 불분명한 지역적 구분이며 고대사를 제대로 안다는 것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충족돼야 할 정체성에 대한 자각과 통한다면, 이제 우리는 중국의 논리를 넘어설 수 있는 사관(史觀)을 확립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비(非)강단 사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풍토라든가 제국주의와 민족주의를 구별하지 못하는 ‘탈민족주의’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2004-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