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길목 중국 간쑤성 벽화 4~5세기 고구려벽화와 닮았다
강현숙 동국대교수 발표

28일 개막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총회에서 세계유산 등재여부가 결정되는 고구려 벽화는 우리 고대 회화사의 대표적 걸작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민족주의적 관심과는 별도로 고구려 벽화가 다른 동아시아권 고대 벽화와 어떤 연관관계를 맺고있는지가 지난한 논쟁거리였다. 고구려의 만주 강역과 인접한 중국 요녕성 위진시대 벽화묘와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견해가 그간 주류였지만 북방민족, 서역문화권과의 교류설도 제기되어 왔다. 이런 사정에서 4~5세기 고구려 벽화가 실크로드 길목인 중국 간쑤성의 같은 시기 서역 벽화무덤과 밀접한 유사성을 지녔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동국대 강현숙 교수(고고미술사)는 19일 79회 한국고대사학회 정기발표회(경북대)에서 발표할 ‘중국 간쑤(감숙)성과 고구려벽화분의 비교’란 논문을 통해 “간쑤성 벽화무덤이 얼개나 벽화내용, 부장품 등에서 고구려와 같은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며 “벽화분의 구조와 벽화내용 등에서 고구려 벽화무덤은 요녕성 무덤보다 4세기대 간쑤성 서역 벽화무덤과 더 유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구려가 요녕성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간쑤성 벽화무덤과 비슷한 특징을 공유한 것은 4세기 후엽 요동을 장악한 뒤 고구려와 국경을 접하며 불교를 전해주었던 북방왕조 전진이 당시 간쑤성 일대의 실크로드도 통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논문에서 70~90년대 발굴된 간쑤성 주천, 가욕관, 무위, 고태, 돈황 등지의 옛 벽화무덤의 중국쪽 보고서자료와 고구려 벽화관련 자료를 대조 분석했다. 그는 우선 두 지역 무덤의 매장시설이 중앙의 무덤길(연도)를 따라 전실과 후실 등 여러 방이 일렬종대로 이어진 종렬배치라는 점, 이런 배치가 두 지역 무덤밖에 없다는 점을 지목한다. 벽화도상 측면에서도 천장쪽에 해, 달, 상서로운 동물, 선인 등을 배치하고 벽면에는묘주인을 중심으로 현실의 여러장면을 그려넣는 등 현실세계와 천상세계를 함께 표현한 것도 공통적 특징인데, 간쑤성의 정가갑 5호분과 고구려 덕흥리 고분에 나오는 천상, 현실세계 경계부의 산악그림과 천상계 표현은 매우 닮아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전진이 고구려에 불교를 전해준 점을 고려하면 중국 간쑤성과 고구려 벽화분의 유사성은 양 지역간 교류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발표회에서는 전호태 울산대 교수가 북한벽화의 보존현황을 보고하며 최근 중국 난징 등의 남조 시대 유물, 유적 등을 답사한 권오영 한신대교수는 금동대향로, 귀금속 등 백제의 주요 부장품, 유물들이 중국 현지 생산품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논쟁적 발제를 할 예정이다.

(한겨레신문 2004-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