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2라운드' 열리나

28일 국제학술회·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총회 개막

고구려사 논쟁 ‘제2라운드’가 시작될까? 고구려사를 중국의 변방사로 포함하려 하는 ‘동북공정’ 주역 중 한 사람인 중국 학자 쑨진지(孫進己) 선양(瀋陽)동아연구중심 주임 등 국내외 학자 8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고구려 국제학술회의가 28일 서울에서 열린다. 이날은 또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유네스코(UNESCO)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가 개막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번 총회에서는 북한과 중국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판가름난다.

28~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고구려연구회(회장 서길수·徐吉洙) 주최 고구려 국제학술대회의는 ‘고구려의 정체성’이 주제. 중국·일본·러시아·몽골·터키 등 12명의 외국 학자들과 국내의 고구려사 전공 학자들이 거의 모두 참여한다. 공석구(孔錫龜) 한밭대 교수의 ‘고구려에 수용된 중국계 인물에 대한 연구’, 박경철(朴京哲) 강남대 교수의 ‘예맥·부여와 고구려의 정체성에 관한 연구’, 서길수 고구려연구회장의 ‘축성법을 통해서 본 고구려의 정체성’ 등 국내 학자들의 발표가 있으며, 쑨진지(孫進己) 중국 선양(瀋陽)동아연구중심 주임은 ‘고구려와 중·한의 관계 및 귀속’을 발표한다.

쑤저우(蘇州)에서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열리는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위원회 총회는 중국이 신청한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의 고구려 고분·산성 등 유적과 북한이 신청한 평양 일대의 고구려 고분에 대해 심사한다. 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세계문화유산 심사 전문가 회의에서 중국과 북한 양쪽 모두를 등재할 것을 권고하기로 의결한 뒤 “양쪽 모두 등재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최근 중국과학원이 발행한 ‘중국국가지리’ 6월호에서 고구려가 중국사임을 주장하는 특집을 마련한 예에서 보이듯 이번 총회를 계기로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기도’가 한층 가시화될 가능성도 크다.

(조선일보 2004-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