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韓美동맹 요동치는東北亞] ③中國이 대안인가

中도 한반도 안정이 우선… 美軍감축 우려
한국, 美와 관계 좋아야 中과도 우호 유지

중국 관리들은 한국 여당(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의 63%가 미국보다 중국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지난 4월 말 설문조사 결과를 접하고 흐뭇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한·미 동맹 변화에 대해선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주중한국대사관측은 전했다.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는 한·미 양국군의 신속배치군 전략 논의와 관련,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 10일자 보도를 통해 “한국군이 미군과 함께 한반도 이외 지역 사안에 개입하는 데 결연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미 전략의 변화로 혹시 대만 분쟁 등이 터졌을 경우 한국군이 미군 편에서 가담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다.

사실 중국은 한·미동맹 약화로 인한 한반도 정세 불안을 원치 않는다.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8일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원칙적으로 모든 국가 군대의 외국 주둔을 반대하지만, 특별한 역사적 배경으로 이 지역(한국)에 외국군대(미군)의 주둔 현상이 존재해왔다”며 주한미군의 현실론을 인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대학원의 천펑쥔(陳峰君·59) 교수는 “한반도 안정을 위해서도 한국이 미국과 급격히 소원(疎遠)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의 최대과제는 경제발전과 현대화 달성에 유리한 주변 여건 조성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이 25년 전 개혁개방의 문을 열면서 내세운 ‘안정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穩定壓倒一切)’는 구호는,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미국 중심의 현상유지 질서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중국의 이 같은 실용주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경쟁 상대인 미국과의 엄청난 국력 격차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2001년 기준으로 국방비의 경우 미국의 20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GDP는 미국의 9분의 1, 일본의 4분의 1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하중(金夏中) 주중대사는 “중국은 실력을 갖출 때까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인내하며 기다리는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한·중 관계 기상도는 매우 좋다. 김하중 대사는 “중국과 한국의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사실상 중국이 맺고 있는 외교관계 중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과 불편한 관계로 가면서 중국에 기우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양국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남·북한이 통일된 뒤에도 통일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베이징대 천펑쥔 교수)이라거나, “앞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는 서서히 진행돼야 한다”(위관화·于觀華·중국개혁개방논단 동아연구센터 고급연구원)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보수파든 진보파든, 한국 학자들의 지적은 보다 분명하다. 현 정부 내 동북아시대추진위원장으로 임명된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대접받는 것도 한·미 동맹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기 때문이며 만약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중국에 편승하려 한다면 이는 과거 중국 변방으로서 조공(朝貢) 체제에 스스로 편입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한·중 간의 오랜 역사는 물론, 중국이 오랫동안 주변지역을 지배하고 복속시켜 온 역사적 전통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외교부 관계자는 “티베트와 신장(新疆) 문제나, 고구려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문제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외교는 (어느 특정 국가와의 관계) 선택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우리의 최선의 자세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토대 위에, 한·중 우호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2004-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