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를 되찾자]조선족은 엄연한 중국인?

중국은 간도 문제가 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조선인의 개념을 철저하게 중국 민족의 일원인 중국의 조선족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중국은 조선인을 5가지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첫째, 기원으로 보았을 때, 중국의 조선족은 토착민족이 아니라 이주해온 민족이다. 조선족은 한반도에서 형성된 후 특정 역사시기에 중국으로 이주한 '외래민족'이다.

둘째,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중국의 조선족은 고대민족이 아니라 근-현대 민족이다. 비록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적으로 다양한 조선인이 중국 동북 지역에 거주했지만 모두 중국 민족으로 동화되었다. 지금의 중국 조선족은 근대 한반도에서 중국으로 이주한 조선 민족의 후예로, 특정 역사시기의 산물이다.

셋째, 민족 특징으로 보았을 때, 중국 조선족은 세계 각국에 흩어진 조선 민족의 일부분이면서 동시에 중화민족의 중요한 일부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1996년 한국 외무부의 통계를 보면 전 세계 144개 국가와 지역에 7천3백2만 조선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 중국에 2백만이 거주하며 중국의 조선족은 조선민족의 언어나 문화, 풍속, 습관 등 문화의식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민족이다.

넷째, 지리적인 특징으로 보았을 때, 중국 조선족은 과계(跨界)민족(경계에 걸쳐서 양쪽에 살고 있는 민족)이다. 중국에는 30여 개 과계민족이 있는데 과계민족은 문화적-민족적-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다. 국가 이익과 민족 이익, 나아가 이웃 국가와의 관계나 변강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이들에 대한 국가의식, 민족의식의 재정비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이다.

민족 끌어안으면 영토는 보너스?

다섯째, 국가 속성으로 보았을 때, 조선족은 중국의 소수민족이며 중화민족 대가족의 일원이다. 중국 조선족은 조선민족 고유의 특색은 있지만 정체성으로 보면 56개 중화민족의 하나인 소수민족이다.

중국의 조선족 담론은 근-현대 시기에 조선에서 중국으로 이주한 이주민이 1949년 이후 중국 조선족이 되어 중화민족의 일원이 되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중국은 조선인이 동북 지역에서 고조선, 고구려 등 고대국가를 건립한 후 현대까지 거주하는 토착민족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런데 중국은 고대부터 명맥을 이어오는 조선인의 역사를 굳이 근-현대 이주민족으로 만들려고 한다. 근-현대에 비로소 한반도에서 중국으로 이주해간 것이라면 과거 고조선, 고구려 등의 역사는 마땅히 중국의 역사가 되며 근-현대 영토 분쟁의 여지가 있는 간도 문제는 분쟁의 근원을 잘라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인과 조선족은 조선민족이지만 조선인은 한반도에 거주하는 조선인이고 조선족은 중국인이므로 조선인과 조선족을 혼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렇게 조선인과 조선족을 분리해 과거 역사부터 현대까지 이어져온 모든 분쟁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사용하려고 하지만 역사적 사실의 왜곡은 또다른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

<박선영/항공대 교수-중국 근현대사〉

(오마이뉴스 2004-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