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라시압벽화 사신은 고구려인”

1965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아프라시압 왕궁터에서 발굴된 사신도 벽화 속의 새 깃털 모자(鳥羽冠)를 쓴 사신은 고구려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국내외 학계에서는 정확한 근거 없이 신라인, 고구려인, 발해인이라는 주장이 각각 나오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인하대 학술조사단은 최근 고구려인인 당나라 장수 고선지(高仙芝·?∼755)의 발자취를 추적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현지를 탐사하는 과정에서 아프라시압 박물관 연구진의 도움으로 벽화 속의 사신이 고구려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물관측은 이 벽화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소그드어(7∼8세기 중앙아시아의 공통어)로 쓰인 명문(銘文·벽화의 내용과 주인공 등을 설명하는 것)을 찾아냈으며 이를 해석한 결과 벽화가 사마르칸트의 바흐르만 국왕 재위(650∼670년) 때 제작된 것임을 밝혀냈다.

마무드 아크라모브 박물관장(51)은 “명문을 통해 벽화의 주인공(사신도의 상단에 앉은 인물)이 바흐르만 국왕임을 확인했다”며 “이를 근거로 당시 상황을 추정해 볼 때 벽화 속의 사신은 초원길을 이용해 사마르칸트에 온 고구려인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처음 이 벽화를 발굴한 러시아 고고학자는 벽화의 제작 시기를 7세기 후반∼8세기로 추정했으며, 이를 근거로 벽화 속의 동양인은 699년 개국한 발해의 사신이거나 고구려 멸망(668년) 이후 통일신라의 사신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인하대박물관 윤용구 학예실장(42)은 “당시 고구려는 신라와 당 연합세력이 압박을 가해오자 당을 견제하기 위한 외교정책의 하나로 서역에 사신을 파견했을 것이라는 일부 국내 학자의 추정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고구려연구재단 임기환 연구위원(47)은 “사신도의 제작연대가 밝혀진 것은 학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중요한 발견”이라며 “고구려의 외교전략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 200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