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왕따에 한국동참 강요

중국이 주한대사관을 통해 우리나라 일부 국회의원과 각당에 '대만 총통 취임식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전화와 공개서신을 보냈던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참석 예정 의원들의 명단까지 입수, 개별적으로 참석 저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민주당 장성민 전 의원이 '대만발 폭로문'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우면서 알려졌다.

장전의원은 지난 30일 자신의 홈페이지(www.netjjang.org)에 '대만으로부터의 제5신'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중국대사관에서 한국의 현역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만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취임식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며 "이는 한 국가가 상대국가에 어떤 입장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강압행위나 다름없는 일이며, 이것은 일종의 협박과 압력행위"라고 주장했다.

장전의원은 이 문제를 대만에서 현역 의원을 통해 직접 전해들었다고 한다. 장전의원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소속의 한 젊은 의원은 "어휴∼ 대만에 오는데, 중국대사관에서 전화를 걸어와 가지 말라고 해 혼났네. 내가 대만에 간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중국대사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해왔는데, 그곳 중국대사관 사람들 모르게 이곳에 오느라 아주 혼났네. 혼이 났어"라고 말했다.

장전의원은 다른 야당 원로의원에게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장전의원은 이 의원으로부터 "한·대만친선협회 간부직을 맡고 있는데, 대만에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중국측의 요구를 개인적으로 거부하니까 더 높은 당의 고위직 인사까지 전화를 하고 사람을 나에게 보내 대만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장전의원에 따르면 중국대사관에서는 전화를 걸어 "의원님, 저는 중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입니다. 이번에 대만에 가시기로 한 것으로 알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대만에 가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중국에도 오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 국회의원들이 대만에 가면 대만에서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이 모든 집중을 대만에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중국대사관은 전화에 그치지 않고 공문도 발송했다. 중국대사관측은 지난달 13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수신'으로 된 팩스공문을 통해 한나라당 L·P·K·C의원과 17대 국회 초선의원 L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는 현재 쌍방이 추진하고자 하는 양당과 양국 우호관계 발전 분위기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불참을 요구했다.

이 공문은 해당 의원들의 의원회관 사무실로도 발송됐다. 중국대사관은 열린우리당에도 같은 공문을 보냈다.

(굿데이 200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