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전 고구려 왕궁터 공개

고구려 건국 초반기에 국내성과 함께 왕성 등으로 긴요하게 활용된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환도산성(丸都山城)에서 고구려 시대 대규모 왕궁 관련 유적이 확인됐다.

한국의 문화재청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문물국은 최근 발간한 ‘2003년 중국 중요 고고(考古) 발현(發現)’(전체 164쪽 분량)이라는 책자에서 환도산성에서 약 8000㎡(2400평가량)에 이르는 대규모 왕궁 관련 유적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이 유적은 서쪽이 낮고 동쪽이 높은 자연 지형을 이용해 3단의 기초부를 형성하고 있다. 유적 중앙부 남쪽에서는 8각형 건물터 두 곳이 발굴됐으며 지대가 가장 높은 동쪽 편에서는 대규모 건물 기초부가 확인됐다. 8각형 건물터는 최근 경주 나정 신라시대 유적에서 확인된 것으로 동아시아 사상사에서 8각은 곧 하늘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이곳 역시 천신(天神) 등을 제사하는 의례와 관련 깊은 시설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또 고구려 관직명 중 하나인 ‘小兄’(소형)이라는 글자를 새긴 원통형 수키와를 비롯한 기와류가 출토됐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환도산성은 고구려 제10대 산상왕(山上王· 재위 197∼227) 즉위 2년(198)에 처음으로 쌓았다가 같은 왕 재위 13년(209)에 천도하면서 왕성으로 기능했다. 동천왕 20년(246)에는 위(魏)나라 관구검에게 함락되기도 했다.

이 책자에 의하면 지안시가 추진하는 국내성 주변 체육관 부지에서는 중국 동진(東晋)제 청자가 여러 점 발굴됐으며 임강묘(臨江墓)에서는 사납고 강인한 인상의 남자 얼굴을 형상화한 굴대비녀(수레바퀴 부속품 중 하나)가 출토됐다.

광개토왕릉에서는 이미 국내에 존재가 보고된 ‘辛卯年 好太王’(신묘년 호태왕)이라는 글자를 새긴 청동방울 실물 외에 금 도금 관(冠) 장식과 등자(마구류 일종)가 발굴됐다.

(세계일보 2004-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