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위협론 경계 완화 위해 평화부상론 선전

중국언론들은 연일 ‘평화적부상론(peaceful rise)’을 주창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과 발전이 주변국가와 국제사회에 위협적 존재가 아니며 모든 나라들과 평화를 증진시키면서 발전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쓰이는 이 말은 지난 6개월간 중국언론과 정부관계자들 사이에서 일상용어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과연 중국은 주변국가에 전혀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서 평화적으로 떠오르고 있는가. 최근 유가급등과 원자바오 총리의 연착륙발언이 세계경제를 강타한 것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아보인다. 무엇보다도 6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 중국은 한국의 고구려사를 자국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당국과 언론이 주창하는 ‘평화부상론’은 고도한 외교술책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평화부상론의 주창자는 중국 중공중앙당학교 전임 교장이며 중국개혁개방논단 이사장 정비젠. 그는 미국방문 중 친중국파들속에 퍼진 ‘중국위협론’에 대한 불안을 읽고, 2003년 11월 3일 버아오 논단 ‘중국의 국제회의조직’에서 처음으로 이 개념을 제시했다.

중국국제전략연구소의 캉사오방 부소장은 “평화부상론은 중국위협론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사이 중국의 고속발전이 국제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위협론’과 ‘중국붕괴론’이 화제로 오르내렸다.

이를 읽은 정비젠이 평화부상론을 제기했고, 후진타오는 이를 높이 사 ‘평화부상론 연구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평화부상론은 기본적인 틀을 갖췄고 2003년 12월 10일 원자바오 총리가 미국 하버드대 특강에서 평화부상론의 개념을 다시 선포했다. 그리고 올 3월까지 짧은 3개월간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등 중국 고위관리들은 공개장소에서 중국의 평화부상론에 대해 세 번이나 거론했다.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은 4월24일 버아오 아시아논단 오찬회에서 “이미 후진타오 주석과 중국의 현 리더그룹이 평화부상사업에 전력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는 아시아 기타 국가의 걱정을 덜어주고 아시아의 발전에도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교평론가들은 이 이론을 시작으로 중국 외교 또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그들은 개혁개방 이전까지 중국외교는 “미국과 서방사회가 주도하는 국제체계 안에 진입하지 못했고 유엔에서도 부결권과 기권만을 행사하는 데 제한되었으나 개혁개방 이후 20여년간 중국은 WTO가입과 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세계속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건국이래 수십년간지난 150년간 굴욕적이었던 역사를 얘기해온 중국은 최근 2년간은 그런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한 외교관련 잡지는 “중국은 장기간 겪어온 ‘피해자심리’를 극복하고 ‘대국심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피해자의식을 갖고 있는 대국의 부상은 세계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본적인 무대는 아시아다. 현재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역질서를 파괴하는 힘이 아니라 평화와 안정, 발전에 건설적 힘이 되고 있다”라고 말하며 북핵 관련 6자회담을 이끌어낸 것을 그 증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평화부상의 핵심은 자기절제’라며 이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의 평화부상론을 주변국과의 마찰을 우려한 국민의식무장, 또는 대외 긴장완화를 위한 외교심리전 차원으로 이해한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 테리얼 교수는 “평화부상론은 거짓”이라며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마오쩌둥과 그 부인 쟝칭의 전기를 각각 출판한 바 있는 유명한 중국전문가. 그러나 얼마전 기존의 중국에 대한 우호적 관점에서 벗어나 ‘신중화제국’이라는 책을 출간, 중국정권은 확장성을 가진 제국이라는 관점을 표명했다.

테리얼 교수는 “중화제국의 문제점은 타문화와 타국가를 존중하지 않는 데 있다”며 “베트남이든 한국이든 모두 정복당할 것을 우려해 공손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중화제국이 역사적으로 통치했던 모든 곳에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고집하는 유일무이한 국가다. 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도 유럽의 광대한 지역을 통치했었지만 역사를 거슬러올라가 그 지역의 주권을 주장하지는 않는데 반해, 중국은 남중국해지역과 한반도 고발해국, 고구려의 역사유적 등 모두에 주권을 선언해 이웃국가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 각국과 영토경계협의를 체결했지만 모두 경계협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사업협의일 뿐 경계를 명확히 정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중국의 영토확장에 대한 야심을 꼬집었다.

(내일신문 2004-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