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 "淸·日간 간도문제은 무효"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고구려ㆍ발해사 왜곡뿐 아니라 변경 지역 영토 논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높은 가운데 간도(間島)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백두산 북쪽의 옛 만주일대인 간도 지역은 향후 어떤 식으로든 한ㆍ중 영토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서 이번학술대회는 특히 주목된다.

백산학회(회장 신형식)와 국사편찬위원회는 6월 4일 오전 9시30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중국 동북공정의 실상_한국 근대의 북방영토와 국경문제’를 주제로 간도 영유권 문제를 검토하는 학술대회를 연다. 학술대회에서는 간도협약 전후의 간도 지역 영유 및 거주 실태와 간도협약의 법적인 문제 등을 살피는 것은 물론 간도 문제를 보는 유럽의 시각이 소개된다.

1909년 청과 일본의 간도협약이 지닌 국제법적인 문제점을 검토하는 노영돈 인천대 교수는 간도협약은 국제법에서 효력이 없는 ‘을사보호조약’에 근거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한다. 설사 을사조약의 효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청에 간도를 처분한 것은 일본이 조약에 명시된 보호국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어서 역시 무효라고 지적한다.

노 교수는 또 한 걸음 더 양보해 을사조약, 간도협약이 체결 당시 유효하다 하더라도 제2차 세계 대전 후 일본이 강제력을 동원해 얻은 이권이나 조약이 모두 원상회복 됐는 데 유독 간도협약만 예외라며 이는 “국제법적으로 권원(權原)이 없는 점유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그는 “앞으로 양국이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라며 이러한 방안으로 ▲단독영유 ▲공동영유 ▲분리 등을 제시한다.

이어 ‘중국의 동북공정과 간도 영유권문제’를 발표하는 이일걸 성균관대강사는 “한중간의 영유권 분쟁은 봉금(封禁)지대였던 무주지(無主地)에 대한 다툼이지 국경선 분쟁이 아니다”며 “정부는 간도협약의 무효를 통보하고 간도영유권을 주장해야 한다”고 밝힌다.

김우준 연세대 동서문화연구원 교수는 ‘간도문제에 관한 유럽의 인식’에서 18세기 유럽의 여러 지도와 사료를 검토한 뒤 “강희제의 황여전람도를 모사한 유럽 지도에서 알 수 있듯이 청은 두만강 이북의 남만주지역을 조선의 영토로 인정했다”며 “두만강 이북 지역을 청에 일방으로 편입한 것은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밖에도 김현영 국사편찬위 교육연구관이 ‘조선후기 조ㆍ청 변경의 인구와 국경 인식’을, 최장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전임연구원이 ‘간도문제에 관한 일본 논리의 수용 가능성’을, 이성환 계명대 교수가 ‘간도문제와 한일합방’을 발표한다.

또 문화재 디지털 복원 전문가 박진호씨는 1917년 7월 29일 없어진 백두산정계비를 되살려 보여주고, 문헌에 근거한 간도의 경계를 영상을 통해 설명한다. 백산학회는 이날 서울역사박물관 1층 로비에서 백두산정계비에 기록된 토문강과 두만강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고지도 수십 점과 간도지역 조선족 생활을 보여주는 사진 전시회도 함께 연다.

(한국일보 2004-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