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북학파’ 박현숙씨] ‘한―중 역사충돌’ 학자들이 풀어야

북경에서 21세기 북학파(北學派)를 만났다. 박현숙(32)씨.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에서 중국정치를 전공으로 박사과정 중이다. 1999년 8월 중국에 왔다. 천진(天津)을 거쳐 북경에는 3년반째. 중국에 대한 심층적인 소개글을 한국의 여러 매체에 기고해 약간의 이름도 얻었다. 지난 3월 지인들과 함께 ‘3인3색 중국기’라는 책을 펴냈다. 읽을거리가 제법 쌓인 홈페이지(http://withpage.com/kjguy)도 있다.

5년 동안 몸으로 공부한 중국에 대해 물었다. 중국은 지금 몇시인가?

“중국은 세계의 블랙홀이 됐다.무엇이든 빨아드린다.기술수준은 한국을 이미 추격했거나 곧 추격중이다. 앞으로는 중국의 동태를 잘 살펴야만 한다.”

“후진타오체제는 안정돼 있다. 항간의 추측이나 풍설같은 정치 위기는 오지 않는다. 중국 엘리트들은 1989년 천안문 사태에서 혼란에 대한 두려움을 절감했다. 160년전 아편전쟁 시절로 후퇴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다. 그래서 ‘민주화보다는 경제발전’이라는 잠정적인 합의를 한 것 같다.”

“장쩌민과 후진타오를 권력투쟁 관계로 보는 것은 중국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도부 내부에 파벌은 있으나 안정된 질서가 잡혀 있다. 갈등이 있더라도 외부로 표출되기 전에 수습된다. 장은 2∼3년내에 나머지 권력을 순차적으로 후에게 넘겨줄 것이다.”

최근의 고구려 역사를 둘러싼 한중 충돌은 무엇인가?

“동북공정의 배경에는 문화혁명 이후에 역사학계를 장악한 좌파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조선족 만주족 등 소수민족의 정체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역사논쟁은 국가간 문제로는 부적절하다. 학자들이 풀어야 한다.”

“비슷하면서도 정말 다른 것이 한국과 중국이다. 둘은 오랫동안의 교류 단절로 상호 이해가 부족한데다 서로 심리적 우월감을 갖고 있는 것이 충돌로 나타난다.”

(국민일보 2004-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