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면서] 고구려가 중국사라고?

고구려는 한반도를 삼분했던 고구려, 백제, 신라 중 하나로 그 영토가 만주지역을 포함했다.

북한이나 중국 만주지역에 남아있는 고구려 문화유적, 특히 벽화고분은 아주 유명해 러시아의 학교에서는 한국사의 일부로 고구려를 공부한다. 러시아 뿐 아니라 세계각국에서 고구려가 한국사의 일부로 되어있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요즘 고구려가 정치문제화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고구려를 자기나라의 역사로 포함시키려 하고 있고, 이에 대해 한국 국민들이 적극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한국에서 국가는 통일신라 때부터 시작된다며 고구려는 한족(漢族)이 세운 나라라고 주장한다.

중국 사람은 고구려만 자기 땅으로 편입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러시아 극동지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바이칼호 동쪽이 원래 중국 땅인데 러시아가 불법 점령했다고 불만(?)이다.

한국과 중국의 갈등은 영토중심의 역사인식과 민족중심의 역사인식에서 비롯된다. 중국의 관점은 현재 자국의 영토이면 그 역사도 모두 자국에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일부 한국 사람들은 “만주는 우리 땅”이라 외치며 태극기를 들고 중국 동북지방을 여행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좀 경솔한 행동이 아닌가 한다. 과거에는 한국 영토였을지라도 현실적으로 중국의 영토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고구려, 나아가 북방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가많이 배출되고 유적도 많이 발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남한에서도 고구려유적들이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여천에서는 고구려 고분으로 추정되는 300여기의 무덤이 발견되었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고구려가 한국사의 일부임을 세계 각국에 알려 국제적인 동의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민족적 계통으로 보나 고구려 유적으로 보나 역사적 정통성은 확립될 것이다.

발해 문제도 마찬가지다. 20세기 초 중국 문학가인 노사(老舍)는 ‘묘성기(猫城記)’란 소설에서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망하면 그 나라의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기관도망하고 결국 문명 자체도 멸망한다”고 썼다. 개방이 되고 자본주의가 유입된 후 러시아 사람들은 역사 및 문화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돈 버는데에만 관심이 있다. 자기 역사를 찾기 위해 인터넷으로 여러 단체로 활동하는 한국이 부럽기도하다. 하지만 일회성 운동보다는 꾸준한 역사연구가 많아져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2004-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