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역사 중요성 깨달아야”

“정부가 역사는 돈이 되지 않는다고 우리 역사를 푸대접하다 보니 결국은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통째로 삼키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국민과 정부는 ‘우리 역사 바로 알기운동’과 ‘우리 역사 바로 찾기운동’을 벌여야 합니다.”

평생을 한국사 연구에 몸바쳐오다 지난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한국사 대중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성무(68)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그는 10일 인터뷰에서 정부의 역사교육정책 문제점을 강력히 지적했다.

이 원장은 정신문화연구원에서 1981년부터 18년간 재직하면서 수많은 연구논문과 저서를 출간하고 후진양성에 힘을 쏟아왔다.

이 원장은 한국사 대중화를 위해 지난해 가을 학기부터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원장 이배용)과 공동으로 ‘한국역사문화아카데미 최고지도자 과정’을 개설, 사회지도자층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우리 역사를 알기 쉽게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이어 지난 3월부터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한국역사문화연구원과 성남시문화원에서도 ‘이성무의 역사교실’과 ‘한문강좌’를 개설·운영하고 있다.

“사람을 올바르게 만드는 것이 인문학이고 인문학의 핵심이 바로 역사학이죠. 사회가 역사를 기반으로 움직일 때 창조와 발전이 있습니다. 일생 동안 연구한 것을 이제 일반 대중들에게 환원해주고 싶습니다. 한문 교육은 단순히 한자를 익힌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 문화유산을 이해하고 현대인의 도덕 재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역사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그는 또 역사 대중화를 위해 학문간 경계를 헐고 학제간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 학문간 정보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역설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그는 학술대회가 열릴 때마다 강조한다.

“한국학의 정보화와 대중화를 위해 한국학에 관한 각종 저술과 논문들을 데이터 베이스(DB)화해야 하고, 특히 한국학에 관한 기본자료 자체를 컴퓨터에 입력·가공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원장은 역사의 과학적·체계적 연구와 대중화를 위해 국사편찬위원회 재직 때부터 다양한 검색 시스템을 개발해 누구나 원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는 현재 정치권 움직임에도 매우 비판적이다. “정치권이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지를 알아보기 위해 최근 ‘조선시대 당쟁사 1, 2권’을 펴냈다. 연구 결과 우리 정치권에는 당시 당쟁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지방색이나 학벌 학파 등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나, 정작 반드시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와야 할 의리나 청백리상 등은 거의 맥이 끊겨 정치권이 혼란스럽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같이 조선 당쟁의 본질을 밝혀낸 이 원장은 이밖에도 ‘조선왕조사’ ‘조성왕조당쟁사’ ‘조성왕조 부정부패 어떻게 척결했나’ ‘조선왕조실록 어떤 책인가’ 등 8권을 집필하기도 했다.

특히 그의 저서 가운데 ‘조선왕조사 1, 2’는 오는 12월 일본에서 번역돼 CD로도 나온다.

이 원장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정책인 ‘동북공정’에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정부와 학계의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중국은 50년 전부터 북한이 봉괴된 후 북한의 일부 영토와 한국사를 편입하기 위해 이처럼 치밀하게 동북공정을 추진해 왔습니다. 즉 ‘한국 고대사 빼앗기’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중국의 ‘고구려사 빼앗기’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의 팽창적 민족주의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이 점을 간과해선 절대 안 됩니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중·고등학교와 사법시험에 역사 과목을 부활시키고 비중을 높여가야 합니다.”

(세계일보 2004-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