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단오절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은 눈길을 끄는 풍속화다. 시원한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에 기녀인 듯한 여자 4명이 있다. 3명은 웃옷을 벗은 채 치마를 걷고 앉아 머리와 얼굴, 팔을 씻고 있다. 그 옆의 여자는 치마를 허벅지까지 걷어올린 채 서있다. 계곡물 옆 둔덕에서는 한 여자가 소나무에 매인 그네를 막 타려 하고 있다. 조금 떨어진 위쪽에서는 동자승 2명이 바위 위로 얼굴을 내밀고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단오는 우리의 전통 명절의 하나로 음력 5월5일이다. 단오는 일년 중 가장 양기(陽氣)가 왕성한 날이라 하여 예부터 큰 명절로 지켜왔다.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면서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고구려의 5부족, 궁·상·각·치·우의 5음(五音), 5곡밥 등 수렵문화집단에서 5라는 숫자는 성스러운 수로 여겨진 듯하다. 이같은 5가 겹치는 날이 단오이다.

단옷날 여자들은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았다. 창포 뿌리를 잘라 비녀 삼아 머리에 꽂기도 했다. 음식을 장만해 창포가 무성한 물이나 못가로 나들이를 했다. 민속놀이로 그네뛰기와 씨름이 널리 행해졌다. 마을의 수호신에게 제사드리는 단오제도 거행되었다. 강릉단오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금도 그 전통을 훌륭히 이어오고 있다.

중국 언론들이 느닷없이 단오절을 수호하자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강릉단오제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 움직임에 대한 과열반응이다. 중국에서 기원한 자국의 전통 명절을 한국이 가로채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추진하는 것은 단오절 자체가 아니라 민속문화축제로서의 강릉단오제이다. 무형문화재는 인류 공동의 문화자산이다. 더욱이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사를 편입시키려 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중국 정부는 경기과열 진정을 위한 브레이크 걸기에 들어갔는데, 중국의 중화(中華)의식도 보다 열린 차원에서 감속(減速)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 같다. 이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촌 시대에 중국이 존중받을 수 있는 길이다.

<이연재 논설위원〉

(경향신문 2004-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