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충격 ‘중국 주범론’ 논란

국제 원유가가 13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면서, 서방에서 ‘중국 위협론’이 다시 고개를 들자 중국쪽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 원유가는 최근 배럴당 한때 40달러를 넘어서 1990년 10월 걸프전쟁 발발 때 폭등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방 언론들은 일제히 국제 원유가 인상의 주범으로 미국의 경제회복과 더불어 아시아·아프리카의 급격한 경제성장,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지역 정세 불안 등을 지목했다. 그 가운데 가장 따가운 눈총을 받은 건 중국이다.

선진국 “고도성장이 세계경제 침체 유발”중국 “열매 따먹고 개도국 비판은 잘못”

〈업저버〉는 9일 “13억의 인구를 가진 경제단위가 매 10년마다 규모를 두 배로 늘린다면, 나머지 세계는 머잖아 그로 인한 충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중국을 직접 겨냥했다. “영국의 주택 소유자들과 자가운전자들은 융자 금리의 상승과 무연 휘발유 값이 오르는 걸 보며, 중국의 경제성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야 깨닫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지난 5년 동안 수출액이 두 배로 증가한 중국은 1970년대의 일본이 7년, 60년대의 독일이 10년 걸려 이룩한 ‘위업’을 따라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안에 중국이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단위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해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원유 수입국이 된 중국의 ‘식욕’은 대량의 구리와 시멘트와 철강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2년 동안 영국 물가가 왜 60% 뛰었는지, 왜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40달러 근처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지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앤드루 오스월드 워릭대학 교수는 서방 경제가 이미 위험지구에 와 있다며 “원유가 배럴당 40달러대에 머물면 구미의 성장이 둔화하고 실업이 증가할 것”이라고 중국의 ‘위협’에 대해 경고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경제학자 페이스 비롤의 입을 빌려 원유가 상승의 주범으로 중국과 인도를 지목한 뒤, 이로 인해 “오랜 불황에서 깨어난 구미의 경제가 다시 침체를 맞이할 위험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중국 위협론’에 대해 중국의 경제학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런뤄언 베이징항공우주대학 교수(경제학)는 “과거 영·미 등 선진국은 경제 건설을 위해 이미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으면서 현재 발전도상에 있는 국가의 에너지 소비 문제를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선진국이 먼저 고에너지 소비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새 에너지원을 찾으려는 데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타오웨이 칭화대학 교수(경제학)는 “중국의 경제가 세계에 영향을 끼칠 만큼 실력을 갖추지 못했으며, 장기간 고속 성장을 유지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주장하며, 중국 위협론은 과장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이른바 ‘중국 충격’에 대해서도 “서방 각국이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을 빌미로 삼아 각국이 필요로 하는 조정을 꾀한 데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신문 2004-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