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단오제’ 세계문화유산 등록 준비에 시비

고구려 이어 민속명절까지? 中 “단오절은 우리 것” 주장

“단오절을 결코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으로 만들 수는 없다.”

중국 언론들이 자국의 전통 명절인 단오절을 한국이 가로채려 한다며 일제히 주장하고 나섰다. 신문만보(新聞晩報)는 9일 “한국 정부가 현재 강릉 단오절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려 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전통 명절인 단오절을 만일 다른 나라가 문화유산으로 등록에 성공한다면 우리는 무슨 낯으로 조상을 대할 것인가”라는 저우허핑(周和平) 문화부 부부장(차관)의 말을 인용, ‘단오절 보위(保衛)’를 주장했다.

안후이(安徽)성의 강회신보(江淮晨報)도 지난 8일 “단오절이 중국에서 기원한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며 “단오절의 시발지인 웨양(岳陽)시는 신속히 행동을 취해 우리의 단오절을 단호히 지켜내야 한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 주장했다.

베이징에서 발간되는 신경보(新京報)도 문화계 대표들이 국내 모든 전통 명절을 법정 휴일로 정할 것을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들은 대부분 단오절이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의 죽음에서 비롯됐다는 전설을 믿고 있다.

중국 언론들의 단호절 수호 주장은 광명일보와 인민일보 등 공산당 직속 언론들의 보도에서 시작됐다. 광명일보가 지난 4월 아시아의 모 국가(한국)가 중국 단오절을 가로채려 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한 데 이어 지난 6일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후속 보도로 중국인들의 민족 감정을 자극했다. 중국 당 기관지와 정부 고위 관리까지 나선 단오절 수호 언급은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돼 앞으로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언론들은 오는 6월 개최 예정인 한국의 강릉국제관광민속제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단오제로 유명한 강릉시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오는 2005년 단오를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키는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선일보 2004-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