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도 중국도 중요하다

중국을 대외관계의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본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측면에서 응답자의 61.6%가, 외교안보측면에서는 48.3%가 중국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미국은 멀찌감치 떨어져 두 번째 중시해야 할 나라로 꼽혔다. ‘대외정책에서 미국보다 중국을 중시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던 열린우리당 의원 당선자 조사와 같은 맥락이다. 여당과 국민여론이 비슷한 추세를 보이니 ‘중국 우선’이 대세인 것 같다.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대상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중요한 경제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은 당연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교역 패턴의 변동에 따라 중국이 미국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외교안보 분야에서 급격하게 중국에 기우는 현상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멀고 중국은 가깝다’는 지리적 인식과, 미국보다 훨씬 깊은 중국과의 역사적 인연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은 미우니 멀리하고 중국과 가까이 해야 한다’는 원미근중(遠美近中) 발상이 더 큰 작용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다. 여중생 치사사건과 이라크전 등 미국의 이미지를 손상한 ‘악재’들이 많기는 하지만 51년 동안 축적된 한미동맹관계를 수교 12년에 불과한 한중관계보다 뒷전에 놓는 것은 경솔한 판단이다.

우방은 많을수록 좋다. ‘한때의 바람’에 흔들려 미국에 등을 돌리고 중국으로 달려간다면 새 친구 얻자고 오랜 친구를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처신으로는 냉혹한 국제사회의 격랑을 헤쳐 나갈 수 없다.

우리에게는 미국도 중국도 중요하다. 지금은 어디가 더 좋고 말고를 떠나 용미(用美) 용중(用中) 전략으로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동아일보 200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