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제국주의 차이점 등 비교를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작업'

중국이 고구려를 중국대륙의 지방 정권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사실 관계를 떠나 중화주의라는 제국주의적 사고가 한민족의 민족주의적 사고와 충돌하는 지점에 서있다. 중국이 고구려 유적을 등한시하다가 갑자기 유네스코에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록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귀속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 소위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 불리는 역사 왜곡 작업이다.

예상 논제

1. 고구려를 중국의 변방역사로 규정하려는 중국 당국의 중화주의를 우리 민족의 관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민족과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주제로 논하라.

2. 일본의 역사 왜곡(정신대 위안부 부정, 독도의 영유권 주장, 조선 식민지의 근대화론 등)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3. 팽창주의적 제국주의와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무엇인지 논하라.

4. 대만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고, 국민당은 국토 회복을 꿈꾸며 ‘하나의 중국’ 노선을 걷고 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점에서는 중국 공산당(중국 본토의 중화인민공화국)이 국민당(타이완 섬으로 쫓겨난 중화민국의 국민당)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대만의 민진당은 두 개의 중국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곧 대만의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생각을 논하라.

티베트·윈난·대만·동북3성
중화주의 위협 원인으로 인식
역사왜곡 통한 지배 안정화등
강대국의 현실논리 알아야
배경 지식

91년 한중수교가 이루어진 직후 발해의 상경 용천부의 유적을 탐구하기 위해 출발한 한일 공동조사단 중에서 중국 공산당은 일본인의 출입은 인정하고 한국인의 출입을 인정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은 민족주의적인 한국의 목사나 한국의 연예인들이 중국에서 조선족들을 향해 민족적 언행을 하는 것을 제재하면서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웠다. 중국 내의 조선족이 민족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나설까봐 노심초사했던 것이다.

중국 공안당국은 수많은 소수 민족 중에서 중국의 안정을 해치는 첫 번째 집단으로 티벳의 독립운동을 꼽고, 그 다음을 운남성(베트남과 국경을 접한 운남성에는 베트남인들이 더 많이 산다), 세 번째로 동북 3성을 꼽는다. 운남성은 냉전 시기에조차 베트남 사회주의국가와 중국이라는 사회주의국가 간 국경분쟁의 원인이 되는 곳이기도 했다. 중국 안에는 실로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모여 살고 있지만 절대 다수의 한족(漢族)이 중화사상을 무기로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을 동화시키려 하고 있다. 중국 대륙에서 주나라 이후 한족이 대륙을 통일한 후 많은 민족의 대륙지배가 있었다. 몽고의 원나라가 그러했고, 만주족의 청나라, 거란족의 요나라, 여진족의 금나라가 그러했다. 조선족 또한 고구려와 발해 시대에 중국대륙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실증적으로 확인되지 못한 상고시대의 대륙사관에서도 조선족의 중국대륙에서의 활동을 주장하고 있다.

티벳, 운남에 이어 중국의 중화주의(中華主義)에 장애물이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대만문제(흔히 양안문제라고 불리는)이다. 1949년 중국 대륙을 호령하던 장개석의 국민당은 모택동의 공산당에 쫓겨 지금의 타이완 섬으로 이주해왔다. 한족의 국민당은 대만 토착민들을 지배하면서 지금껏 50년 이상 중국본토회복을 부르짖고 있다. 그러나 타이완 섬의 토착민들은 국민당에 반기를 들었고, 최근 재선에 성공한 민진당의 천수이벤 총통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이란, 대만과 중국의 한족은 다른 민족이기에 통일의 당위성이 없으며 국민당과 공산당의 싸움은 한족만의 문제이지 대만 토착민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대만은 하나의 중국 정책 때문에 유엔에서도 쫓겨나고 국제 외교 면에서도 고립되어 있다.

논제 해석

학계에서는 북한과 남한이 함께 힘을 합쳐서 고구려 평양 유적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키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강대국의 민족주의는 주변 약소국에겐 위협적인 요소로 나타나 팽창적인 측면을 갖지만, 약소국의 민족주의는 국수적인 형태로 나타날지언정 팽창 적으로 나타나진 않는 법이다.

우리는 곧잘 중국의 중화주의를 한족 중심주의로 규정하려고 하지만, 중국에서 중화주의는 이념과 민족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흔히 민족이란 문화를 유지할 때 그 의미가 있는 법이지만, 자신의 국가와 영토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는 비극의 운명을 맞는다는 사실을 이라크 내의 쿠르드족을 통해 볼 수 있다. 민족주의의 이중성을 유태인의 이스라엘을 통해서도 보았듯이 민족주의가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 못하고 항상 여러 가지 이념과 결합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장운/케이스아카데미+ 논술 강사>

(한겨레신문 200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