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도' 힘찬 몸짓으로 재앙 막아 주는 동물

용은 상상의 동물입니다. 마음대로 하늘을 날 수 있고, 신비한 능력을 발휘하여 여러 가지 변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 또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아마 사람들이 용처럼 마음대로 날고, 재주를 부릴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대리 만족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용은 아홉 숫자를 좋아합니다. 아홉 가지 모양을 합쳐 놓은 것이 그렇습니다. 사슴의 뿔, 낙타의 머리, 귀신의 눈, 뱀의 이마, 소의 귀, 푸른 물고기의 비늘, 대합의 배, 호랑이의 발, 매의 발톱을 지녔습니다. 용은 또한아홉과 아홉을 곱한 숫자인 여든하나의 비늘을 지니고, 아홉 명의 아들을 데리고 다닌다는 말도 있습니다.

북한 지역인 평안남도 강서군 우현리에는 고구려의 옛 무덤인 강서대묘가 있습니다. 이 무덤 안에는 관이 있었던 큰 방이 있는데, 이 방의 네 벽에 사방을 지키는 동물이 그려져 있습니다. 동쪽에는 청룡, 서쪽에는 백호, 남쪽에는 주작, 북쪽에는 현무가 그것입니다. 청룡은 푸른빛이 나는 용이고 백호는 흰 호랑이입니다. 주작은 닭 모양의 상상의 새인 봉황에 근거를두고 있습니다. 현무는 거북을 감은 뱀의 모양입니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청룡은 길다란 몸으로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붉은 화염이 입과 몸에 휩싸여 있습니다. 사람들은 용이 나쁜 것을 물리치고, 좋은 일을 불러 오며, 재앙으로부터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 주는 것으로 믿어 왔습니다. 여러 동물이 가지고 있는 좋은 무기를 다 갖추고 있으니, 어떤 사악한 것도 간단히 물리칠 수 있습니다.

하늘을 날며 구름과 비를 불러 올 수 있고, 굼벵이 처럼 아주 작은 몸집으로 변신하거나 어마어마하게 큰 몸집을 부풀려 하늘을 죄다 뒤덮을 수도있습니다. 용이 이처럼 요술을 부릴 수 있는 힘은 혀끝에 놓인 구슬인 여의주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여의주를 얻지 못 하면 한낱 이무기로 남아 사람들에게 심술이나 부리게 되지요.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라는 관리가 있었습니다. 그가 강릉 지방의 으뜸벼슬인 태수로 부임하면서 바닷가 절벽가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 때그의 부인인 수로(水路)가 절벽 끝에 활짝 핀 철쭉꽃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가 나를 위해 저 꽃을 꺾어 올 사람 있어요?” 그러나 함께 간 사람 중에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때 마침 암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꽃을 꺾어 바치며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자줏빛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아무도 노인이 어디서 온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이로부터 이틀 후, 태수일행은 한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해룡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바닷속으로 데려가 버렸습니다. 태수는 갑자기 당한 일이라 땅에 엎어져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러자 또 한 노인이 나타나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말로는 쇠도 녹일 수 있으니, 바닷속의 용이라도 사람 말은 두려워하지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노래를 지어 부르며 막대기로 땅을 두드리면 부인을 구할 수 있습니다.” 순정공은 노인의 말대로 하였습니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 부인을 내놓아라. 남의 아내 빼앗아 간 죄 얼마나 큰가.

네가 만일 거역하고 내놓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 내어 구워 먹으리. 이 노래를 들은 바다의 용은 마침내 수로 부인을 물 밖으로 내보내 주었습니다. 수로 부인의 옷에서는 신비한 향기가 났습니다. 수로 부인은 꿈같은 용궁 세상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한국일보 2004-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