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연구' 주제 국제학술대회

근대적 의미의 '국경'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 나라들간의 경계를 다루는 '변경 연구'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소장 임지현)는 23일부터 이틀간 이 학교 백남학술정보관에서 '근대의 국경, 역사의 변경(Frontiers of Borders)'를 주제로 창립기념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연구소측은 "이번 국제심포지엄의 취지는 일본의 네오-내셔널리즘이나 중국의 동북공정, 한국의 주류 역사학이 의거하고 있는 '국사'의 틀을 동북아시아 전체의 차원에서 해체하고 동북아시아의 시민사회간의 평화와 연대를 구축하는 데 있다"며 "근대 민족/국민 국가의 인위적 국경에서 다양한 역사적 변경을 구출해 '고구려사는 고구려인에게', '훗카이도는 아이누에게', '오키나와는 유구인에데' 등으로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임지현 소장이 '국가주권과 역사주권'을 주제로 기조발제 하는 것을 비롯해 영국.일본.리투아니아.호주 등 총 6개국의 역사학자들이 변경 연구의 사례를 제시할 예정이다.

임소장은 기조발제문에서 "동북아시아의 역사전쟁이 근대 국민 국가의 패러다임을 동북아시아 공통의 먼 과거에 투영하는 시대착오주의에 기초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세기 동북아시아의 근대 역사학은 '기원주의''영토순결주의''시대착오주의'로 특징지워 진다"며 "이는 정치적 기획으로서 '국사'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내부적으로는 국가 권력의 헤게모니를 강화시키고 대외적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는 적대적 긴장관계를 조장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연대를 해진다"면서 "변경 연구가 '국경'에 갇힌 '변경'을 구축함으로써 동북아시아 민족주의의 '적대적 공범관계'를 해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성시 와세다대 교수는 발해사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지역의 역사 인식을 검토한다.

이교수는 "현재 한반도 북부에서 중국 동북부 지방과 러시아 연해주에 미치는 지역은 기원 전후부터 천여년 가량 고구려와 발해가 지배해 왔다"며 "이 지역의 민족(ethnos)구성은 복잡하고, 그들 민족의 명칭도 시대에 따라 변천해 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럼에도 "발해에 대한 역사 연구는 근대 일본이 선수를 치고, 1945년 이후 한국.북한.중국.구 소련 등 여러 나라에서도 각각 자국사의 범주에서 인식해 왔다"면서 그 결과 "역사연구에 현실적인 정치 과제가 주저 없이 투영돼, 이 지역의 역사를 배타적으로 점유하려는 특성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영국 웨일스 글래모건대의 크리스 윌리엄스 교수가 미국-멕시코 접경 지대 연구에서 시작한 '변경 연구'의 역사를 추적하며 스웨덴 발틱-동유럽 대학원의 리나스 에릭소나스 교수는 동유럽의 국민 국가에서 '민족성' 논쟁을 소개한다. 타이완의 역사철학대학의 왕밍커 교수는 중국 변경 지역에 대한 '역사 사실'을 고대로부터 추적해 그 허와실을 분석하며 서강대 김한규 교수는 중국의 또 다른 변경인 요동과 티베트 문제를 다룬다. (02) 2290-0545

(연합뉴스 2004-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