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토라고분 십이지신상 ‘고구려가 日고분에 영향’ 확인

15일 공개된 일본 나라현 기토라 고분 벽화. 정북 방향에 그려진 쥐의 모습 등 적외선 촬영 사진으로 고분 내부에 그려진 십이지신상도 생생히 포착됐다. -사진제공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문화의 영향을 밝혀 줄 것으로 추정돼 온 일본 나라(奈良)현 아스카무라(明日香村)의 기토라 고분(7세기 말∼8세기 초) 벽화 중 그동안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으로 추정돼 온 그림을 정밀 촬영한 사진이 공개됐다.

일본 언론들은 15일 기토라 고분 내부를 적외선 핀카메라로 정밀 촬영한 일본 문화청의 사진을 공개했다. 무덤의 정북(正北)인 자(子)시 방향에 그려진 쥐 그림을 필두로 시계방향으로 소(丑) 호랑이(寅) 등이 차례로 그려진 십이지신상이 뚜렷이 확인됐다. 특히 호랑이 상은 오른손으로 장식이 달린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 선명했다.

NHK는 이같이 십이지신이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은 한반도 고분벽화에 자주 보이는 형태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산케이신문은 십이지신의 복장이 중국풍이며 무기도 중국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무(玄武) 등 일부 그림이 공개돼 고구려의 영향을 연상시킨 사신도(四神圖)도 선명하게 촬영됐다. 특히 동쪽의 청룡도는 기토라 고분에서 북쪽으로 1km 떨어진 곳에 있는 다카마쓰(高松)총 청룡도와 구도가 흡사했다. 전문가들은 두 고분 벽화에 같은 밑그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다카마쓰총 벽화는 한반도에서 발견된 고분벽화와 비슷해 고고학계에서는 한반도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십이지신은 중국의 수(隋) 당(唐)시대 고분에서는 조각 형태로 발굴되었고 같은 시기 신라에서는 김유신 묘에서처럼 짐승머리에 사람의 몸을 한 조각 형태로 발견되었다.

1983년 발견된 기토라 고분은 천장에 그려진 천문도가 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별자리와 닮았다는 점과 고구려 벽화에 나타나는 사신도가 발견됐다는 점 때문에 국내 고고학자들의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일본은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고분이 발견된 이후 20년 동안 정밀 촬영기기로 석곽 내부만 탐색할 뿐 발굴하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 2004-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