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은 천문학적 유물이다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 / 박창범 지음

충북 청원군 아득이 마을에서 별자리가 새겨진 고인돌 돌판이 발굴되었다. 청동기 시대의 장례 유물로만 이해되던 고인돌이 실은 천문학적 유물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2천년 이상 꾸준히 천문 현상을 관측해온 ‘천문왕국’이라는 주장을 누가 부정할 것인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일식, 오로라 등 천문 현상 기록이 240개가 넘는다. 그러나 국내외 학자 대부분이 그런 기록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중국 기록을 베꼈거나 지어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1920년대부터 우리 역사서를 분석해온 일본 학자들의 영향이 이런 데까지 미쳐 있음에 소름이 돋는다.

“역사 문제에 접근하는 또 다른 길이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는 지은이의 노력에 절로 공감하게 된다. 삼국시대의 천문 관측 기록이 중국의 것이 아닌 독자적 관측임을 입증한다. 조선의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에 2천년 전 고구려의 별자리가 그려져 있음을 밝힌다. 지은이는 과학자로서 우리 역사서에 나오는 기록들이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음에 탄식하며, <삼국사기> 기록의 신뢰성 논란에도 일침을 가한다. 하늘의 역사를 탐구함으로써 땅의 역사가 새롭게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박시종/광주 사랑방문고 대표)

(한겨레신문 200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