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사상 흐르는 '한사상의 뿌리를 찾아서'

몇 해 전에 타계한 소리꾼 박동진옹이 TV광고에 나와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고 한 말이 유행어가 된 적이 있다. 정작 ‘우리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제대로 답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시조시인 제갈태일씨는 ‘한사상의 뿌리를 찾아서’(더불어책)를 통해 우리 것의 원형을 한마디로 한(韓)사상이라고 말한다.

한복 한국 한겨레 한글 한얼 한옥 등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한이라는 말은 바로 한사상의 근본개념이다. 한은 알타이어다. 한의 개념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고어에서도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신라 관제 중 가장 높은 등급을 서불한이라 했고, 백두산을 옛날에는 한밝산으로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한인시대부터 지금까지 한민족에게 이어져온 우리 민족의 원형은 한사상이다.

일제치하를 겪으면서 일본은 한이라는 민족원형을 철저히 말살했고, 광복 후 반세기 동안은 서양물결이 휩쓸면서 민족정기가 훼손됐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획책했던 단군신화론, 창씨개명, 역사왜곡, 엽전이라는 비하의식은 철저한 원형파괴다. 단발령을 거부하고 망국의 끝자락에서 곡기를 끊고 아사한 최익현옹이 ‘나라는 망해도 민족은 망하지 않는다’고 한 말도 원형보존에 대한 집념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유불선 사상은 모두 한사상으로 귀결된다. 한사상은 모든 사상의 시작이자 마지막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사상의 실체를 꿰뚫어보고 잘 이용한다면 우리 민족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심각한 역사왜곡이면서 역사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자칫하면 고구려 시조 주몽과 광개토대왕이 모두 중국인이 될 판이다. 고구려의 광활한 영토는 한민족의 요람이었고 민족정기의 원천인 한사상의 모태다. 고구려에 대한 관심은 곧 우리 민족의 원형탐구와 맥을 같이한다.

(스포츠서울 200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