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로 본 단군신화

서 문

각 민족마다 전설과 신화가 있고, 전설(傳說)과 신화(神話) 속에는 제 민족의 생활방식, 민족성, 신앙, 과학, 종교가 함축 되어 있다. 특히, 고대의 과학은 신앙이자 유목, 농경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었고, 천문(天文)이 크나큰 비중을 차지 하였다.

동양의 신화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우리신화 중 대표적 건국 신화인 단군신화 역시, 이러한 범주에서 파악해 보면, 유목민족으로서의 이동생활과 정착 농경생활로서의 면모를 볼 수있다.

가령 그예로, 단군신화의 내용 중 “환웅께서 천상의 무리를 이끌고 바람의 신, 구름의 신들을 거느리고서 농사며, 생명이며, 질병이며, 형벌이며, 선악이며, 인간에게서  3백60여 가지의 일들을 주재하며,  인간세상을 다스려갔다.” 는 구절은 이를 입증 하는 것이다. 특히, 360여 가지의 일들은 농경.유목 생활과 관련된,  캘린더(역법)의 완성으로 1년의 달력이 만들어 진 것이다.

같은 예로 이집트 신화를 보면 천신 누트와 지신 게브가 서로 만나기 위해 토트신과 도박을 하여 달빛의 72번째 부분을 따는 구절이 나온다. 360을 72로 나누면 5가 된다. 여기서 5명의 아이가 탄생 하는데, 귀에도 낯익은 오시리스, 호루스, 세트, 네프티스, 이시스다. 이들 5는 1년을 360일로 나누다가 부족함을 느껴 5를 더한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세상을 하나의 구로 보았고, 뛰어난 수학능력은 원이 360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태양력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음력도 병용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우리 신화 역시, 360여 가지의 일들을 주재하며 라는 구절에서 360여의 '여'는 1년의 5 내지 6일로 음력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더 세분하여 24절기의 세시풍속이 확립되어 갔다고 할 수 있다.

서양의 대표적 신화인 그리이스, 로마 신화와 칼데아(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태양의 행로로서 파악되어지고, 이들 태양신들은 헤라클레스. 오르페우스, 페르세우스, 이아손, 테세우스, 오딧세우스, 길가메쉬 등이다. 오딧세우스는 폭풍 속의 태양을 의미한다.

그리이스 신화의 대표적 영웅인 헤라클레스는 12가지 노역을 하였는데, 이는 아마도 태양과 폭풍, 바람 등이 해양문명인 그리이스, 에게 문명에서 특히  뱃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이다. 12라는 숫자는 1년과 관계가 깊고, 또한 하루 중 저녁부터 새벽까지 12시간을 의미하는 태양이 지나가는 밤길을 황도라 하여 황도 12수라 하였고, 밤하늘의 북극성과 함께 유목민들과 뱃사람 들에게는 길잡이였었다.

우리 민족의 신화 속에서 태양신은 복희, 달의 신은 여와다. 중국 역시 이들을 같이 숭배한다고 할 수 있다. 북극성은 하늘님으로 표기했던 것 같고, 환웅님의 음차는 하늘님에서 온 것같이 보인다.

중국은 한(漢)대 이후 별자리가 정착되어 도교와 유교가 융합되어 관제이름, 그리고 지형, 전설속의 인물 등이 자리매김 되었다. 삼국유사 기록에 의하면 고구려 연개소문 때 들여온 도교와 맥을 같이 하여 우리 민족 고유의 자체적 신화와 이야기가 혼재되었다. 아쉽게도 우리의 옛 이야기가 많이 삭제되어 아쉬움이 있다.

(박창범 저 하늘에 새긴 우리역사 참조)

앞으로 우리의 신화와 관련, 특히 삼국유사의 내용중 단군신화와 밀접한 별과 관련된 내용을 보이려는 바,  반드시 정확하다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우리 것을 돌아본다는데 의의를 두고 그 서두를 시작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서자별 환웅,

두 번째 삼위태백과 장당경,  돈완,  양문,

세 번째 삼국유사 중 융천사의 혜성가이다.

1. 자미궁내 북극오성의 가운데 별 서자별

동양 별자리는 서양의 별자리처럼 태양이 지나가는 길을 중심으로 황도 28수라 하고, 나머지를 크게 3원으로 나누어 3원 28수라 한다. 3원은 자미원, 태미원, 천시원으로 나누어진다. 아래그림은 3원 가운데, 천왕대제가 있는 구진(句陣)과 북극성(구진대성), 그리고 북극오성이 있는 자미원으로 단군신화의 환웅 천황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ㄱ. 자미원

ㄴ.북극오성과 서자별

자미원 내 별자리로 북극오성(北極五星)은 구진(句陣 : 서양별자리의 작은곰자리에 해당)의 위에 있는 5 개의 별이다.  첫 번째 별이 태자,  둘째 별이 임금,  셋째별이 서자,  넷째별이 후궁,  다섯째 별이 천추이다.

지구는 지축이 기울었기에 2만 5천 8백년 마다 지구의 자전축이 한바퀴씩 회전을 하는데, 이를 지구의 세차운동 이라 한다. 이같은 이유로 북극성의 위치는 바뀌어 왔다. 지구의 북극에 가까운 자미원 내 또는 부근의 별들 가운데 북극성의 위치가 바뀌어 현재는 구진대성이 북극성이다.

지금부터 1000년 전에는 북극오성 가운데 천추별이 북극성이었고, 지금부터 5000년 전에는 서양별자리인 용자리 투반이 북극성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직녀별(서양 거문고 자리의 베가별)이 북극성이 될 것이다.

(안상현 저 우리 별자리 참조)

여기서 필자는 북극오성 가운데 서자별을 보는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혹시 서자별이 옛날의 북극성을 표기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사해 본 결과, 삼국유사의 고조선 건국 연대로 표기되는 대략 B.C 2000 년부터 3000년 사이의 무렵에는 북극오성의 둘째별인 임금별과 셋째별인 서자별이 하늘의 북극에 가까웠다.

ㄷ. 삼국유사의 단군신화

古記云 昔有桓因 庶子桓雄

(고기 운 석유 환인 서자 환웅)...

환인의 아들 가운데 서자(서얼) 환웅이

지상을 내려다 보며 인간 세계를 다스려 보려는 뜻을 가지고 있었고, 

아들의 뜻을 아신 아버지는 삼위태백을 내려....

삼국유사 본문에 나오는 내용 중 서자 환웅환인은 환웅님과 환인을 지칭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서자 환웅환인은 각각 북극오성의 하나인 서자별과 임금별이다.  고조선 건국 연대가 기원전 2333 년으로 볼 때 이치가 있고, 결코 사대사상에 의해 서자 라는 표현을 쓴 게아니다.

북극성은 고정 불변의 하늘님으로 어두운 밤에 우리에게 길을 안내해 주는 지표다. 거듭 언급하지만, 환인님과 환웅님은 하늘님의 음차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자 이 세상에 강림한 것이다.

그 연대에 관해서는 한단고기를 비롯한 전반적인 고대 상고사의 책들을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2. 삼위태백과 아사달

단군신화가 나오는, 『삼국유사』의 고조선 ―왕검조선은 이렇게 시작한다.

"위서에 이르길, 이천년전에 단군왕검이 계셨는데, 아사달에 도읍을 하셨다. (경에 이르길 아사달은 무엽산이며 또한 이르길 백악은 백주에 있다 혹은 이르길 개성 동쪽에 있으며 지금의 백악궁이다 국호를 조선이라 했으며 하나라 요임금과 동시대이다.) [주*1 : 원문과 훈은 글의 맨 밑의 주를 참조]

고기에 이르길, 옛날에 환인이 계셨는데 아들 환웅이 천하를 매양 살피면서 인간세상을 다스리려는 뜻이 있었음에 아버지 환인이 그 뜻을 헤아려 지상 세계를 살피던 중 삼위태백산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기에 적합한 곳이라 여기어..... [주*2]"

이병도 선생은 삼위태백(三危太伯)을 이렇게 설명한다.

삼위(三危)는 삼고산(三高山)의 뜻이요, 태백(太白)은 그 중의 하나다. 또한 아사달은 양(陽)달 즉 조양(朝陽), 조광(朝光)의 땅이란 뜻으로, 「조선(朝鮮)」의 원의(原義: 원래 뜻)일 것이다. 아사달은 우리말의 음사(音寫)로서 「앗달」이라고 읽을 성질의 것이고, 임승국 님의 저서 「한단고기」를 보면 아사는 새롭다의 의미고 달은 벌판이다.

필자는 삼위태백을 별과 관련지어, 자미원 아래 부분의 삼태성(三台星: 서양별자리 큰곰자리의 발 부근)을 의미한다고 본다. 다소 억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태백의 '태' 와 삼태성의 '태'의 동일성을 주목한 때문이다. 

우리말을 '한자로 음사하면서 변형'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따라서 일연스님이 삼국유사 기록 중에 우리말을 한자로 기록하다가 별이름과 공통된 음차로서 표현한 것이라고 가설을 세워 보았다. 물론 정반대로, 별이름을 삼국유사의 내용과 취지에 맞게 바꾸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제, 단군신화의 삼위태백을 삼태성이라는 별자리라고 가정하고, 계속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동서양의 신화를 비롯해서 전통적으로 옛사람들은 하늘의 별이 땅(또는 신과 사람)과 조응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지형과 조응한다는 <분야설>이 권위를 누렸고,  우리의 경우도 서경덕을 비롯한 여러학자들이 분야설을 제시했다.

서양에서도  하늘과 땅의 감응이라는 이 전통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섬은 그 모양이 삼각형 모습이라 해서 삼각형 자리였다. 또, 황소 별자리는 괴물황소 미노타우르스의 전설이 배어있는, 미노아 문명의 크레타섬과 연관지어 보았다.

이 전통에 입각해서, 별자리로 본 단군신화(1)에서 언급한 환웅 서자별이 있던 자미원을 다시 잘 살펴보자. 별들의 배열을 보면 양쪽으로 반달모양이 마주보고 있고, 그 모습은 서울 땅과 매우 비슷하고, 어떤 관련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양쪽으로 7개, 8개의 별은 백악산을 중심으로 서울을 에워싼 산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자미원 모양을 닮은 서울벌, 곧 서라벌로 천손이 강림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또, 삼태성은 북악산의 세봉우리가 아닐까. 특히, 위서에서 아사달을 무엽산(나뭇잎이 없는 산) 또 백악(하얀 산)이라고 한 귀절은 더욱 북악산을 연상하게 한다.

위의 상상이 모두 맞다면, 그리고 필자의 가설대로 단군신화의 삼위태백을 삼태성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재미있는 결론을 보게 된다. 서울이 바로 우리 민족의 시원이 시작된 곳이고, 단군왕검이 그 첫 발을 디뎠다고.  

물론, 이러한 상상과 추론은 그것이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또, 우리 겨레의 활동무대를 축소시키는 어리석은 짓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신화적 상상력은 소중하다. 서울이 단군신화의 그 아사달이 아니더라도, 우주적 질서의 중심으로 또 우리의 역사가 살아숨쉬는 곳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본다.

천문류초에 따르면, 삼태성은 ″아래쪽 두별은 하태, 중간 두별은 중태, 위쪽 두별은 상태"다. 또, 하태는 백성과 선비를, 중태는 경, 대부와 삼공제후를, 상태는 임금, 왕후를 의미한다. 따라서, 국가의 신분질서를 의미한다. 삼위 태백을 삼태성이라고 가정한 원래의 가설에 따른다면, '국가의 신분적 기틀'이 마련됨을 뜻한다.

아사달이 '새롭게 도읍을 정한다'는 의미라고 파악할 때, 삼위태백은 그 의미가 한층 분명해진다. 새롭게 도읍을 정했고 신분질서가 마련되었다는 의미다. 단군조선이 성립한 시기, 고조선 초기에 뚜렷하게 신분제도가 성립되었다는 고고학적 증거는 보기 힘들다. 그렇지만, 적어도 어떤 신분상의 차별과 구별이 생겨났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 결론과는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삼국유사를 기술할 당시에는 단군신화 시기의 신분질서가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려 문벌 귀족 사회가 자연스럽게 여겨질 수 있고, 이 후대의 안목으로 과거를 돌이키면 신분제도가 유일하게 가능한 질서였으리라.

또, 당시까지 구전되던 단군신화를 문자로 기록하면서 천문학 등에 관한 방대한 지식이 동원되었을 것이다. 그 천문학에는 벌써 사회의 신분질서가 마치 우주의 질서에서 비롯된 것처럼 스며든 상태여서 사회와 우주가 완전히 동일한 체계라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그 천문 지식을 적용하는 어떠한 시도도 신분질서를 벗어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이유들 때문에 오히려, 최초의 국가를 세우는 과정이란 다름아닌 그러한 신분적 기틀을 최초로 마련하는 과정이다. 하늘의 나라가 땅에 이루어지고, 하늘의 별들이 땅에 내려와 나라를 세우는 신화로서 정교하게 성립한다.

필자로서는 이 여러가지 측면에서의 검토와 유추를 통해 삼위태백이 삼태성이라는 가설이 설득력과 근거를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 주)

[*1] 魏書云 有檀君王儉 乃往二千載 入都 阿斯達 (經云無葉山 亦云 白岳 在白州地  或云 在開城東 今白岳宮是 開國號朝鮮 與高同時)

위서운 내왕이천재 유단군왕검 입도 아사달(경운무엽산 역운 백악 재백주지 혹운 재개성동 금백악궁시) 개국호조선 여고동시)

[*2] 古記云 昔有桓因 庶子桓雄 數意天下 貪求人世 父知子意 下視 三危太伯 可以 弘益人間 ...

고기운 석유환인 서자환웅 수의천하 탐구인세 부자자의 하시 삼위태백 가이 홍익인간...

3. 평양성에 도읍하다와 평성(平星)

단군왕검은 하(夏)나라 요임금 즉위 오십년인 경인년에 평양성, 지금의 서경에 도읍하여 국호를 조선이라 불렀다. 뒤에 백악산으로 도읍을 옮겨 아사달 또는 명궁이라 하였고 ... 1천오백년간 다스렸다.(*주1)

   

평양성을 별자리와 관련지어 보면, 황도 28수 중 각수의 두 별 가운데 하나인 평성이라고 본다.(*주2)

중국 측에서는 각수를  춘추시대 정(鄭)나라로 지형과 감응시켜 보았지만, 우리의 경우는 평성이 평양이다.

『천문류초』에 따르면, 평성은 천하의 율법과 감옥, 그리고 조정의 궁정을 보위하는 경비 업무를 말한다.(*주3) 국가의 형법을 마련하고 왕실 궁정을 보호 경비한다는 뜻으로, 고조선의 8조법과 같은 법질서의 확립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앞서 삼태성이 국가의 신분적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면, 평성은 국가의 법질서와 왕실의 권위가 이루어짐을 뜻한다. 

평양이 한반도의 평양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한단고기에서는 평양을 중국의 요녕성 해성이라고 전하고 있다.

4. 장당경과 대각성, 동정경

단군께서 장당경으로 옮기셨고, 나중에 아사달에 돌아와 숨어 산신이 되셨으며, 일천구백팔세를 누리셨다.*주4

서경보 박사에 의하면, 치우천황께서 티벳에 있는 장당경에 도읍하여 물경 800년 동안 왕국을 유지하였다고 한다. 또, 티벳 지방을 여행하여 이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주5)

장당경을 별자리와 관련 지으면, 항수 가운데 대각성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주*6)

대각성은 천왕이 앉아 있는 옥좌다. 하늘의 근본에 해당하는 정경을 기록하는 곳이기도 하다. 금을 지키면 병사가 일어나는데 금은 숙살이라 하여 살생을 말하니 법이 너무 엄하여 융통성이 없으면 폭군이 되기 쉬어 병사가 일어난다는 말이요, 일식이 있어 대각성을 가리면 법도가 어그러질 일이 많아 좋지 않다는 뜻이다.  (*주7)

   


여기서 <하늘의 근본에 해당하는 정경을 기록한다>를 주목해야 한다. 우선, 동정경(棟正經)에서 그 발음 자체가 장당경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가볍게 지적할 수 있겠다.

하늘의 근본을 기록하는 것이란 무엇인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천행사와, 국가의 정사 기록이라고 본다. 또, 하늘의 뜻 혹은 정경(正經)이란 무엇인가?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 곧 홍익인간일 것이다.(*주8)

이제, 앞서 언급해 온 모든 결론들과 종합해 보자.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연하게 이어지는 서술이 가능하다.

새 도읍을 연 후, 국가의 신분 질서를 세웠고(삼위태백), 법질서와 치안 유지를 했으며(평성), 이어서 하늘에 제사 지내고 역사를 기록했다 .

이것이 별자리를 통해 단군신화를 살펴본 이유였고,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물론, 필자가 오류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전개한 하나의 가설이다.

우리 겨레의 문화와 문명은 높고도 앞섰다. 홍익인간에서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있고, 하늘의 별에 관해서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본다. 여담같지만 덧붙인다.

『한단고기』에 의하면 치우천황과 헌원황제의 싸움이 치열하였을 때, 치우는 화서(花書: 꽃그림)를 사용했고 헌원은 지남차를 사용했다.

이것들은 모두 수학적,수리적 개념으로도 파악할 수 있다. 헌원의 지남차는 음,양 즉 덧셈과 뺄셈이고, 치우의 꽃그림은 곱셈이라는 뜻이다. 특히, 치우는 81명의 부하가 있었다고 하는데, 81이라는 숫자가 곱셈의 완성이라고 본다.

서로 간의 싸움은 권력과 땅 싸움만이 아니라, '숫자놀음'같은 것이었다. 문명 간의 학문적, 수리적 진화, 문화전파였다. 치우가 황제를 매번 이긴 것은 덧셈, 뺄셈 보다 곱셈, 나눗셈이 더 진보적이어서 당연했다. 또 그 과정을 거쳐 우리의 높은 문화와 문명이 퍼져나갔다고 본다.

5. 돈완성과 양문성; 돈황(敦煌)과 양관(陽關), 옥문관(玉門關)

사실 이 장에서 전개할 내용은 사족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앞 절까지 진행한 마당에 한걸음 더 나아가 보자.

돈완성, 양문성은 바로 위에서 살펴 본 각성과 함께 항수에 딸려 있다.
따라서, 이들을 살펴 보자.

돈완의 두 별은 나라 안 백성들의 동정과 제도에 근거를 둔 근본 취지가 합당한가를 살피는 것이다.
양문의 두 별은 주로 변방 요새와 험하고 가파른 지리 지형을 살펴보는 별인데, 이 별 주위에 객성(혜성)이 나타나면 변방에 침입이 있다. (*주9)

백성들의 상태를 살피고 또 제도가 옳게 적용되는지 그것이 본래의 취지에 맞는지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곧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양문성은 국가의 지형과 국가의 전략적 요충지를 잘 살펴 국방에 대해 철저히 방비를 한다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국가가 안정되고, 번영할수록 더욱더 국방력을 강화하여 백성들에게 해가 없도록 한다.

누구라도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떠올릴 수 있고, 손에 잡힐 듯하다.

돈완과 양문을 지형과 감응하면, 지리적으로 중국 간쑤성 돈황과 양관이다.
중국 서북부의 요새와 관문으로 돈황(敦煌)은 중국 한대 이후 비단길의 요충지였다.또,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오아시스 도시 양관(陽關)이 있고 지형적, 지리적, 상업적으로 고대부터 중요한 위치였다. 그 근방에는 변방으로 나갈 때 반드시 거쳐야하는 옥문관이 있다.

임승국님의 한단고기를 보면 돈황에 삼위산이 있다고 하고, 삼위태백과 관련하여 태백을 백두산으로 파악한다. 백두산에서 돈황의 삼신산까지의 기름진 옥토가 우리민족의 이동루트라는 주장이다. 

별과 인간은 고대 유목사회에서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별과 지형의 감응은 자연스럽다. 평성은 평양이고, 장당경은 티벳이고, 돈완성은 돈황, 양문성은 양관이다. 이를 잇는 경로가 고대 유목농경 이동사회에 있어서 하나의 커다란 루트가 아닐까?

물론 돈완성과 양문성에 관한 삼국유사 기록은 보이지 않지만, 그러나 삼국유사의 내용이 밤하늘의 별자리와 관련 되어 있다는 것을 보충해 주는데 부족함은 없는 것 같다.

이 글이 비약과 추론들의 연쇄이고, 고고학적 증거는 없는 대신에 빈약한 후대의 기록에 근거하며, 더구나 필자의 역량 부족으로 많은 허점과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상력의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표현해 본다.

북극성이 들어 있는 자미원은 틀림없이 서울의 지형이고, 이 서라벌을 출발하여 평양 그리고 백두산을 지나 돈황까지 그리고 더 멀리 티벳까지가 우리 민족의 이동 경로다. 이 지형들과 병행하여; 법 질서, 신분질서의 마련과 제천행사, 그리고 정착해서의 변방 경계까지가 조응한다. 이 모두가 하늘에 들어 있고 땅의 역사로 지표되는 것이다.

우리 것이 더욱더 강조되는 오늘날, 과거를 익혀 새것을 더 찾을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해야겠다. 다시 한번 각오를 새롭게 한다.

----< 주 >

*주1 :  삼국유사 본문(국문 출판사, 강무학 저, 『실존인물 단군』참조)
  壇君王儉 以唐高卽位 五十年 庚寅 都 平壤城, 今西京 始 稱朝鮮
又 移都於 白岳山 阿斯達 又 名弓 ... 御國 一千五百年
  (단군왕검 이당고즉위 오십년 경인 도 평양성, 금서경 시 칭조선
우 이도어 백악산 아사달 우 명궁 ... 어국 일천 오백년)

*주2 :
  황도 28수는 동양 천문학의 기본이다. 황도(黃道), 태양이 가는 길의 둘레에 28개의 성좌를 정해 놓고, 하늘의 천문 현상을 이 별들의 위치를 기준으로 나타냈다. 동서남북 각 방위마다 일곱 별자리, 7수 씩이다. 
   동방7수 중 첫째가 각(角) 수이고,  평성(平星)은 각수를 구성하는 별 2개 가운데 하나다. 

*주3 : 『천문류초』본문
  平 天下之 法獄 廷尉之象
 (평 천하지 옥법 정위지상)

*주4 : 삼국유사 본문 
  檀君乃 移於 藏唐經 後還隱於 阿斯達 爲山神 壽一千九百八歲
 (단군내 이어 장당경 후환은어 아사달 위산신 수일천구백팔세) 

*주5 : 임승국 번역 주해, 『한단고기』
  장당경이 중국 신장의 티벳이 아니라, 황해도 구월산이라는 설도 있다.

*주6 : 동방7수 중 둘째가 항(亢) 수이고,
대각성(大角星)은 항수를 구성하는 별 4개 가운데 하나다. 

*주7 : 한림미디어 출판사, 정도명 역해 『천문류초』
 『천문류초』본문
  大角聖 天王坐也 又爲 天 棟正經 紀也 金守之 兵起 日食主凶
 (대각성 천왕좌야 우위 천 동정경 기야 금수지 병기 일식주흉)

*주8 : 정경(正經)을『한단고기』 에 나오는 삼한 관경 본기, 천부경같은
  천민심수의 민족 경전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주9:
  頓頑星 主 考因察 精僞也
 (돈완성 주 고인찰 정위야)
 
  陽門星 主 邊塞險阻之地 客星出 陽門夷狄 犯邊
 (양문성 주 변새험조지야 객성출 양문이적 범변)

 

<이교헌>

(디지털말 200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