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는 조선史의 주권국가"

"고구려(BC 277~AD 688년)는 조선 역사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 자주적인 주권국가였다." 북한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조희승 교수의 주장이다. 조교수의 '고구려는 조선의 자주적인 주권국가'라는 제목의 논문이 26~27일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된다.

심포지엄을 주최하는 '중국의 고구려사왜곡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최광식.한규철)에서는 당초 북한 학자의 참가를 요청했으나 북측은 조교수의 논문만을 보내왔다. 주최측은 "북한 학계의 논문이 발표되는 것만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중국.러시아.일본.미국의 전문가들도 이번 심포지엄에 참가해 고구려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심포지엄은 '고구려의 역사적 정체성''고구려 고분벽화의 세계''고구려의 문화 유산'등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중국 '동북공정'의 이론가로 꼽히는 쑨진지(孫進己) 선양(瀋陽) 동아연구중심 주임은 당초 참가하기로 했다가 "사정상 못가게 됐다"고 주최측에 통보하면서 대신 논문을 보내 왔다. 쑨주임은 논문에서 "중국학자 가운데 고구려사가 전적으로 한국에 속한다거나, 전적으로 중국에 귀속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는 그리 많지 않다"면서 "고구려사는 중국과 한국이 공유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모스크바 대학의 피레젠고 올레그 교수는 '고구려 광개토왕비에 대한 러시아 학계의 사관'이란 제목으로 "광개토왕비에 나오는 내용은 중국이 아니라 부여.백제.신라 같은 나라와의 관계에 대한 것이며,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언급은 없다"는 취지의 글을 발표한다.

(중앙일보 2004-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