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한국학 대부 고구려사 강연

"한국의 역사 위인들의 명단 첫 줄에 을지문덕 장군이 위치하듯, 고구려사도 민족사의 불가결한 부분이다"

러시아 한국학의 대부인 미하일 박 모스크바대 공훈 교수는 26일 중국의 고구려사왜곡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최광식.한규철)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교수는 20여년에 걸쳐 「삼국사기」를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등 이 나라에서 한국학의 기틀을 세우는 데에 헌신한 대표적인 사학자.

지난해에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사학자들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규탄 성명을 발표하는 데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박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고구려인이 먼 옛날부터 중국 동북지역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은 고구려가 중국 동북 역사상 소수민족의 정권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며 여기에는 "중국 동북지역을 언제나 중국 영토였다고 할 수 있는가 또는 신석기 시대부터 자신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살았던 토착민은 자기 영지를 가지지 못한 민족들이었는가라는 문제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박교수에 따르면 한무제가 기원전 2세기께 고조선을 정복한 이래 이들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기원 전후로 한반도와 중국 동북 일대에서 한민족의 독립국가인 고구려.백제.신라가 설립됐으며, 이 가운데서도 고구려는 가장 먼저 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수백년 동안 외부의 침략에 맞섰던 만큼 한국사 전체에서 독특한 위상을 차지한다.

그는 수나라에 항전했던 을지문덕, 당의 견제를 받았던 연개소문 등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고구려는 한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위해 투쟁한 불굴의 대명사"였으며 "코리아라는 명칭이 남아 있는 한, 고구려는 앞으로의 통일을 위한 정신적 역량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2004-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