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속 고구려찾기’본격화

道-학계,유적등 발견 잇따르며 분야별 체계화나서

역사의 변방지대로 알려진 강원도에도 고구려의 ‘흔적’이 속속 발견되면서 고구려사와 강원도의 관계를 연구하는 작업이 처음으로 해당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시도에 따라 고구려사가 우리나라 역사학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본격화됐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강원도는 4∼5세기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때 한반도 중부지역으로 남진하려는 고구려의 진출 거점이었다. 또 북한강과 남한강 중·상류 지역은 고구려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교통로이자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그동안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강원지역에는 지명과 유물, 유적 등에서 고구려의 ‘흔적’이 상당수 발견됐다. 도내 각 도시의 옛 지명인 오근내(烏根乃·춘천), 평원군(平原郡·원주), 하서량 혹은 하슬라(河西良 혹은 下瑟羅·강릉), 벌력천현(伐力川縣·홍천), 횡천현(橫川縣·횡성), 달홀(達忽·고성) 등이 고구려의 지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슬라의 경우 지(地)·양(壤)·천(川)의 뜻인 ‘나(那)’가 신라 초기에는 ‘사라·서라(斯羅·徐羅)’와 같이 ‘라’로 나타났었다. 달홀에서 ‘달(達)’은 산(山)·고(高)의 뜻으로 고조선의 지명인 ‘아사달(阿斯達)’에도 들어 있으며 ‘홀’은 성을 뜻하는 고구려어다.

또 고구려양식을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평창 오대산 월정사의 팔각9층석탑(국보 제48호)과 춘천 신매리 석실고분(도기념물 제46호·82년 11월 3일 지정), 춘천 방동리 고구려고분(도 문화재자료 제106호·85년 9월 13일 지정), 92년과 2003년 각각 발굴된 양양 포월리 고분과 춘천 천전리 고분 등도 강원도 전역이 고구려의 영향권안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유물·유적들이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올해부터 고구려 역사 전 시기(B.C. 37∼A.D. 668년)를 대상으로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신증동국여지승람, 택리지, 강역고 등 고문헌에 기록된 ‘강원도와 고구려’ 연관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다.

또 산성과 적석총 등 도내에 산재돼 있는 고구려 관련 유적들을 모두 조사하고 고구려식 불교 유적·유물을 조사·연구하는 한편 고구려의 이동통로 역할을 했던 북한강과 남한강 수계를 중심으로 고구려의 지명과 풍속 등을 조사해 내년중 ‘강원도와 고구려’라는 제목의 종합보고서 또는 단행본을 발간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도는 이달말이나 4월초에 금경숙 고려대교수, 신종원 정신문화연구원교수, 주채혁 강원대교수 등 도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워크숍형식의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강원도와 고구려’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각 분야별 연구결과를 토대로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학술세미나를 열어 강원도의 성과가 전국적·국제적 공감대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강원도 문화예술과 조승호씨는 “경기지역 일부를 제외하면 남한에서는 강원도가 고구려와 상관관계가 가장 큰 지역인만큼 고구려사 일부는 강원도사의 한 부분”이라며 “필요하다면 북강원도와도 협력해 강원도와 고구려의 상관관계를 총론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2004-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