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채호의 漢文월간지 ‘천고’ 번역 출간

독립운동가 겸 역사학자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1880∼1936) 선생이 1921년 중국 상하이에서 발간했던 순한문 월간지 ‘천고(天鼓)’의 제1, 2권이 ‘단재 신채호의 천고’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아연 출판부). 이 월간지는 최광식 고려대 교수(51·한국 고대사)가 1999년 중국 베이징대 도서관에서 발견한 것으로 최 교수는 여기에 역주를 붙여 이번에 냈다.

최 교수는 “단재의 조선고대사 연구와 관련해 가장 오래된 문헌이 ‘천고’에 실린 ‘고고 편’과 ‘고조선의 사회주의’라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조선고대사에 대한 신채호의 연구 틀이 마련된 것은 1910년대지만 현재 전해지는 ‘조선사연구초’ ‘조선상고사’ ‘조선상고문화사’ 등은 모두 1925∼31년 발표된 책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월간지는 당시 독립운동의 상황, 국내외 정세 등을 상세히 담고 있어 독립운동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채호는 ‘천고’의 창간사에서 조선을 강탈한 일본을 ‘왜’(倭)라고 칭하면서 ‘왜’에 대한 대(對) 테러투쟁과 병행해 1921년 1월 이 잡지 창간 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왜는 우리나라만의 오랜 원수가 아니라 동양의 원수다. … 적은 종이와 작은 붓으로 비록 적들의 날카로운 무기를 물리칠 수는 없으나, 그 죄를 성토하여 바야흐로 팽창하려는 큰 죄악을 없애고, 조선과 중국의 밀접한 관계를 다시 일깨워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위급함을 구제하려 하니 이것이 ‘천고’의 첫 번째 의의다.”

‘천고’는 7권까지 발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확인된 것은 베이징대 도서관에 남아있는 1, 2, 3권 뿐. 이중 어렵게 1, 2권을 입수해 번역한 최 교수는 “베이징대 도서관의 ‘고대조선 문헌해제’에서 ‘천고’를 발견하고 처음 문의했을 때 도서관측은 소장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할 정도로 통제가 심했다”며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라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것에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하다 보면 단재 선생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2004-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