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학자들, 발해유적서 '고구려 유물' 발굴

러시아 학자들이 고구려와 발해 사이의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적지와 유물을 발굴했다.

11일 고려대 박물관에 따르면 러시아 과학원 극동지역 역사.고고민속학 연구소 소장 볼딩씨와 소속 연구원 겔러.리키틴씨 등 3명은 9일 이 대학 박물관 초청으로 러시아 연해주 일대 발해유적에 대한 조사보고 대회를 가졌다.

이들이 답사한 유적은 연해주 체르니아티노 고분군과 고르바트카 발해성터, 크리시키노 발해성터 등이다.

러시아 학자들의 발해 유적지 발굴 결과, 주거지에서 굴뚝과 구들장 등 온돌 흔적이 발견됐는데, 온돌은 북방문화 가운데 고구려만의 전형적인 것으로 고구려와 발 해사이의 연관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라고 박물관측은 전했다.

또 당시 발해인이 먹던 조.수수 등의 곡물과 항아리 속에 들어있는 생선 뼈 등이 발견돼 발해인의 식생활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도 확보했다.

발해성터 내에서는 말갈족의 것이 아닌 기와로 쌓은 담과 고구려 양식을 계승한 토기와 청동 머리핀 등도 다수 발견됐다.

이어 고분군에서는 발해의 피지배계층이던 말갈족의 것과 발해 무덤이 동시에 나왔지만 발해사람의 무덤은 석곽.석실묘 형태로 고구려 고분과 유사성을 보였다는 것.

고려대 박물관측은 "고구려와 발해 사이의 유사성은 여러번 지적됐지만 실제로 유물로 확인된 사례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러시아 학자들의 유적지 발굴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호섭 연구원은 "러시아 학자들은 고구려와 발해 사이의 유사성에 관심이 없었으나, 이번 발굴을 통해 흥미를 갖게 됐다"며 "최근 논란이 된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문제와 맞물려 고구려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4-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