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보는 세 가지 눈

「3인 3색 중국기」(아이필드 刊)는 각각 다른 시기에 다른 이유로 중국과 인연을 맺은 세 사람이 풀어 낸 중국 이야기이다.

정길화(45)씨는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PD로 여러 차례 중국 출장을 계기로 중국으로 해외연수를 결심했다. 정씨는 자신이 본 중국의 오늘을 르포 형식으로 전했다.

중국 젊은이들도 사상 최대의 취업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대학 정원이 증가하면서 매년 졸업생 수가 200만명을 넘어선 반면, 기업체의 취업 수요는 별로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낮은 대학의 졸업생은 50%를 밑도는 취업률을 보여 학벌 경쟁도 날로 치열해 지고 있다. 대다수의 학부 졸업자들은 취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석.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대학원 고시'에 도전한다. 과도한 학벌, 학력 경쟁은 '자원핑(假文憑)', 즉 가짜 졸업장 소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씨는 중국으로 몰려드는 한국 학생들의 물결도 소개했다. 2002년 말 현재 중국 내 유학생 수는 전년도보다 38.7% 증가한 8만5천82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 유학생 수는 3만6천93명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해 단연 1위.

중국은 '유학 특수'로 짭짤한 교육 흑자를 누리고 있다. 유학생들의 유입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3만 개, 직접적인 수입은 50억 위안(약 7천500억 원)에 달한다.

정씨는 무분별한 중국 유학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아무나 유학을 나오는 상황을 본 중국인이 "한국의 교육 당국은 질 낮은 학생을 일부러 외국에 내보내는 정책이 있느냐"며 의아해 하고, 유학생 채용을 꺼리는 기업인들이 "한국 유학생의 중국어는 조선족만 못하고 영어는 한족 중국인보다 못하다"고 푸념하는 상황이다.

조창완(35)씨는 중(中)의학을 공부하는 아내를 따라 중국으로 떠났다. 그는 이후 다수의 중국 기행문과 여행 안내서를 집필하는 동시에 프리랜서 PD로 활동하고 있다.

조씨는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간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의 사전 차단, 재중 동포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영토권 재확인, 정치적 혼돈 속에서 북한을 통합하려는 시도 등 다양한 의도를 고려에 넣을 수 있다.

조씨는 우선 역사적 사실을 보다 정확하게 정리하고, 북한과의 학문 교류를 통해 중국의 논리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현숙(32)씨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중국을 더 공부하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고, 이후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며 중국인들의 다채로운 일상을 전한다.

박씨는 축구 전문 여기자 리샹(李響)의 성공을 '벼락출세'로 보는 악의적인 여론을 보며 '질투병에 걸린 중국인들'을 발견한다. 리샹은 전(前)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 보라 밀루티노비치와 절친한 여기자이고 천문학적인 원고료를 받고 있는 인물.

박씨는 현대 중국인들의 질투 심리는 중국 사회에 갑작스레 불어닥친 개혁, 개방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중국인들은 '맘 놓고 돈을 벌어라, 남들보다 먼저 성공해라' 등 경쟁심리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웃이 실제 벼락부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일종의 조급증을 갖게 됐다는 설명.

중국인들이 보이는 질투는 자신의 울분과 부러움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책은 박씨의 '실크로드 여행기' 8편과 함께 변화하는 중국의 실체, 극중(克中)의 시대, 한류의 정체 등에 관한 저자들의 '쟁점 토론'을 실었다. 아이필드 刊. 416쪽. 1만2천원.

(연합뉴스 200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