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북방 고대사] 北·中·러학자와 공동조사 연구해야

북방사 연구를 한층 활성화하고 심화시키는 것은 또한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중심국가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한반도를 우리의 활동 무대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한민족의 활동 공간은 훨씬 넓어질 것이고, 그 일차적 대상은 만주를 비롯한 북방이 될 것이다. 비록 직접적인 영토는 아니더라도, 경제·문화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방사 연구와 교육은 우리의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우리 민족의 활동 영역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만주 지역을 포함한 북방 지역에까지 이르렀다. 북방 지역의 민족들과 지속적으로 문물 교류를 하였고, 때로는 항쟁을 벌이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역사를 알고자 할 때 북방사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의 북방사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몹시 부족했다. 해방이 되자마자 분단이 됐고, 북방 지역이 공산화되면서 냉전체제하에서 북방 연구는 금기시됐다. 그렇다 보니 북방사 연구도 자연히 다른 분야에 비해 소수의 연구자들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제 출범식을 가진 고구려 연구재단은 앞으로 북방사를 연구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문제가 된 고구려사 뿐만 아니라 북방 지역의 신석기 문화, 고조선사, 부여사, 발해사 등도 연구해야 한다. 또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북방 지역과의 관계사, 그리고 근현대 시기의 북방지역사까지도 두루 포함해야 할 것이다.

우선 북방 지역의 역사·문화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국내에 있는 것들부터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이어 북한·중국·일본 등 외국에 있는 자료를 수집하여 추가해야 한다. 그리고 고구려를 비롯한 북방사와 관련된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북방사, 북방관계사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북방 지역에 대한 현장조사가 중요하므로 북한·중국·러시아의 학자들과 공동으로 조사하고 연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학자들이 함께 국제학술회의를 열어 공동의 역사인식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먼저 학자들의 견해 차이를 좁혀야 장기적으로 관련 국가 국민들이 공통의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평양에서 북한 학자들과 만나 이 문제에 대해 협의했는데 그들도 같은 인식을 하고 있었으며,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해 대처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과 정부가 북방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역사란 과거를 다루는 학문이지만 우리 민족의 현재·미래와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역사의식을 제대로 갖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우리 국민이 올바른 역사 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사를 학교 교육에서 독립 교과로 편성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도록 사회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우리가 지키고 가꾸지 않는다면 누가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최광식/ 고려대 교수·한국사)

(조선일보 20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