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근 동방라이텍 회장, 사재 100억들여 古문서 DB구축

"고문서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은 우리 역사를 지키는 데 중요해요 . 독도 문제나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되죠."

칠순이 넘은 이웅근 동방라이텍 회장(73)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고문서 500여 종을 디지털화했다. 그 동안 사비를 털어 우리 역사 DB 구축에 나선 것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역사 자료를 만든다 는 일념에서였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이 회장이 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85년으로 거슬 러 올라간다. 서울대 상과대학(경제학과)을 졸업한 뒤 행정대학원에 서 경제학을 강의했던 그는 76년 학교를 떠나 모 그룹 임원으로 갔다 가 80년 퇴직했다. 5년 공백기를 거쳐 미국에서 전자출판을 하던 친 구한테서 사업 아이템을 물려받아 85년 '서울시스템'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그는 전자서체 편집조판시스템을 만들어 공급했고 당시 번 돈으로 고문서 디지털작업에 나섰다.

이 회장은 "80년대만 해도 국제회의에 나가면 북한보다 역사 자료 정 리가 덜돼 난감한 때가 많았다"며 "고문서를 DB화하는 것이 시급했다 "고 말했다.

그는 92~95년 조선왕조실록(태조 ~ 철종)을 한문과 한글판 DB로 완성 했다. 키워드만 입력하면 해당 키워드가 쓰여진 문서부분을 즉각 찾 아볼 수 있다. 서책 수십 권을 CD 하나에 담은 것으로 이 회장은 여 기에 개인돈 50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98년 IMF 경제위기 때 회사가 화의에 들어가면서 사명을 동방 미디어로 바꾸고 재출발해야 했다. 그 후 고려사 삼국사기 일성록 조 선왕조실록(고종 ~ 순종) 민족문화백과사전 등에도 50억여 원을 들여 디지털화했다. 기술력도 높아져 한자로 된 고문서를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회장은 "역사 문서를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자료화하는 것 이 중요하다"며 "20년 동안 사업하면서 사심없이 애국한다는 마음으 로 임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중국 역사학자들도 디지털화한 우리 고문서를 쉽게 접할 수 있다면 어처구니없는 주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적 증거로 남을 자료를 계속 정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20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