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북공정' 정치적 야심 본격화

중국이 최근 새로 채택한 ‘동북공정(東北工程)’ 과제에서 한반도 역사와 정세변화 연구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동북공정이 단순한 학술사업이 아니라, 소수민족 문제나 동북아시아 외교 갈등을 자국에 유리하게 풀어가려는 목적에서 진행되는 정치사업 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동아대 윤휘탁 연구교수는 동북공정 사업을 주관하는 중국사회과학원 산하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에서 지난해 말 15개 연구과제를 새로 정하면서 한반도 민족ㆍ국가 연구와 남북통일, 조선족문제 등 한반도 정세변화 연구를 본격화했다고 26일 밝혔다. 윤 교수에 따르면 새 과제 중 우리역사 관련연구는 ▲ 한반도 민족, 국가의 기원과 발전 ▲ 고구려 민족과 국가의 변화 추이 ▲ 고구려의 족원과 강역 ▲ 발해 유적지 현상 조사 연구 등이다. 또 영토문제나 한반도 최근 정세변화 관련연구는 ▲ 청말 동북변강의 조선족 이민과 간도문제 ▲ 동북변강유역 문제 ▲ 연변지구에서의 한국인과의 혼인문제 ▲ 동북변강지구의 사회안정 문제 등이다. 이 과제들은 대부분 지린(吉林)성과 랴오닝(遼寧)성의 주요 대학과 사회과학원 학자들이 맡는다.

2002년 2월 동북공정 사업 시작 때 채택된 초기연구과제 45건 중(미공개된 한반도 정세변화 연구는 제외) 한반도 관련주제는 발해사 연구가 2건, 고구려사 연구 1건, 광개토대왕비문 연구 1건 등에 그쳤다. 하지만 새 과제에서는 한반도 관련주제가 절반을 넘는다.

특히 ‘청말 동북변강의 조선족 이민과 간도문제 연구’는 청말 조선인의 만주이민과 그에 따라 파생된 간도문제에 대한 연구로 한반도 통일 이후 불거질지 모르는 국경분쟁에 대비하려는 의도이다. 또 ‘연변지구에서의 한국인과의 혼인문제 연구’의 경우 조선족 여성들이 남한 남성과 결혼하는데 따른 정체성 혼란 등을 염두에 둔 연구라는 설명이다.

윤 연구교수는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역사적, 지정학적, 학술적인 논리개발에 주력한다는 의도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며 “중국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구려사 지키기 정도의 단순 학술대응이 아니라 한중관계사, 현대사 및 최근의 국제 정세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2004-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