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문'도 고구려를 한국사로 인정

중국의 유명 무협지…고구려를 중국이 아닌 국가로 기술

중국 당국이 최근 고구려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저명한 무협 소설가인 김용(金庸)이 대표작 ‘영웅문’에서 고구려를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기술한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홍콩 일간지 명보(明報)의 전 발행인으로도 유명한 김용은 자신의 3부작 무협지 ‘영웅문'(고려원 1986년 펴냄) 의 3부 ‘중원의 별’의 제2권중 ‘고려(高麗)에서 온 손님’ 편에서, 고려 출신 협객 천건남과 중국 출신 협객 장취산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소설속에서 고려 출신 무사인 천건남은 장취산과의 대결을 하며 나눈 대화에서 다수가 비겁하게 소수를 공격하느냐는 지적을 받고 “옛날 중국의 수양제나 당태종, 당고종이 우리 고려국을 침범하였을 때 수십만에서 백만에 이르는 대군으로 우리 고려의 수만명을 공격하지 않았소? 그렇게

싸우는 것은 중국 사람들이 먼저였지요. 나도 한번 그 이점을 취해볼 따름이오”라고 반박하고 있다.

역사상 소설중 천건남이 말하는 ‘고려’는, 중국 수나라와 당나라가 침략했다가 물러난 고구려다. 또 영웅문의 시대적 배경은 송(宋), 금(金), 몽골이 중국 대륙을 놓고 각축을 벌이던 때로, 당시 한반도를 지배하던 국가는 고려다.

따라서, 작가 김용은 고려를 고구려의 계승국으로, 고구려는 중국이 아닌 나라로 전제하고 소설을 썼다는게 드러나고 있어, 저명한 중국 지식인의 역사관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영웅문은 중국의 송(宋)과 금(金), 몽골이 중원을 놓고 각축하던 역사적 혼란기를 배경으로 한 무협 소설로, 지난 1980년대 중반 국내에 소개되며 무협 소설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조선일보 2004-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