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노리는 중국, 과거에 집착하는 한국

(오는 3월1일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한 '고구려 연구재단'이 정식 출범한다. 그러나 이 재단이 과연 동북공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동북공정이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을 확보하려는 현실 전략적 목적 하에 진행되고 있는데 비해 고구려연구재단은 한국 고대사 중심의 역사 연구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선영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가 현 고구려연구재단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에 대해 글을 보내와 소개한다....편집자 주)

국민의 성원 하에 발족될 고구려연구재단

범국민적 관심과 참여로 2004년 3월 1일 드디어 고구려연구재단(이하 '재단')이 발족될 수 있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환영하는 바다.

우리는 앞으로 재단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심과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며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국가차원에서 동북프로젝트(동북공정)의 실체를 분명히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재단 설립을 추진하였더라면 더 바랄 것 없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문제가 부각되면서 고대사의 중요성이 대두되어 재단 설립까지 오게 되고 보니 재단에 담을 내용과 형식에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재단이 과연 동북프로젝트에 제대로 부합하는 지향성을 지니고 있는지, 목적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편제되었는지, 소수의 연구팀이 최대한 효과를 낼 수 있을 정도의 업무 내용이 정비되었는지 등등. 어쨌든 기왕에 국민적 신망을 얻고 출범하는 재단이니까 앞으로 냉정하게 대처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모든 것이 제대로 정비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재단 출범이 중국의 동북프로젝트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몇 가지 발전적 제언을 하고자 한다.

동북프로젝트의 필연성

중국은 오랜 준비를 거쳐 2002년 2월부터 향후 5년간의 동북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시행해 오고 있다. 5년간 실시될 내용의 전모가 드러나야 명확하게 중국이 의도하고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중국이 현재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밝힌 의도는 우연성과 필연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말하는 우연성은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중교류가 잦아지면서 한국인의 고토의식 표출로 인한 사소한 시비들이 포함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동북프로젝트를 실시하게 된 필연성인데 이는 최근 동북을 둘러싼 러시아, 북한, 한국, 몽골, 일본, 미국과 중국 사이의 쌍방관계나 다변관계에 큰 변화가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의 정치적, 경제적 지위가 지속적으로 상승됨에 따라 동북은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지역으로 부각되었고 동북지역은 동북아 중심위치에 처하게 됨으로써 중요한 전략적 지위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동북의 전략적 국면은 동북아 전체 전략적 국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동북아 전략 국면은 또 세계 전략적 국면 및 21세기 세계 전략적 국면의 파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동북은 세계적으로 봐도 중동과 더불어 세계의 또 다른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동북지역에 대한 중국의 패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철저하게 중국의 역사로서 재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중국이 왜 동북프로젝트를 시행하게 되었고 그것의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중국이 말하는 필연성에 의해 동북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면 이는 분명히 동북의 현재와 미래에 닥칠 문제를 위한 대비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비책은 현재와 장래에 대한 다방면의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역사적 정당성을 위해서 고대사의 재정비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동북프로젝트의 추진방향에서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동북프로젝트의 지향성

동북프로젝트는 기초연구, 응용연구, 당안자료과제(역사사료), 번역과제로 나뉘어 있다. 1차로 공개 선정된 27개 연구과제중 12개 과제가 한중변경문제(간도문제)와 직간접적으로 관계있는 것이다.

2차로 공개 선정된 15개 과제 중 7개 과제가 역시 한중변경문제(간도문제)와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으며 2개 과제가 동북지역의 중러변경문제 및 변경이론 문제에 대한 고찰이다.

즉 15개 과제 중 9개 과제가 변경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8개의 비공개 응용연구 방향이 무엇일지는 짐작할만한 것이다. 더욱 명확한 것은 역사 사료 정리인데 북경 제1당안관(당안관은 중국의 정부기록보존소), 요녕·길림· 흑룡강성 당안관이 참여하여 전부 동북 변경 역사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이들 당안관은 북경에 명청 시대 자료가 있고 나머지 당안관은 근현대 자료가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또한 번역과제로 고대사를 포함하여 한중, 중러 변경 문제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동북프로젝트의 중점이 어디에 있는지는 충분히 방향이 보일 것이다.

반만년의 동북 역사를 재정리하는데 현재까지 보여준 위의 연구방향과 내용으로 봐도 많은 부분이 몇 백 년에 불과한 근현대에 치중되어 있으며, 중러 변경문제도 있지만 특히 한중 변경연구에 치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천명하는 동북프로젝트의 필연성과 그 내용 및 동북의 경제적, 전략적 중요성과 근현대 변경문제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변동의 핵' 동북

평화로운 시대의 동북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변경에 불과한 지역이지만 주변국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 동북은 '아시아의 전쟁터', '충돌의 요람', '세계위험지대'라고 불리는 '변동의 핵'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근현대의 동아시아 및 세계질서를 좌지우지 할 정도의 중요한 전쟁으로 꼽히는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의 발발도 동북지역과 다양한 연관성이 있으며 한국전쟁 그리고 21세기 역사전쟁도 동북과 관계가 있다.

동북은 전쟁 발발과 확대의 직간접적인 요소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변동의 핵인 동북은 물산이 풍부한 경제적 보고, 산업자원의 보고로 불리는 곳이고 동아시아 각국을 잇는 매개체로서 중요한 전략적 지위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이미 중국은 74억 달러의 동북 투자를 공언하였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연결하는 철도를 연내 착공하여 기존 11개 철도와 연결함으로써 교통상으로도 대대적인 정비를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민주화와 탈북자 문제 등 인권 문제를 고려한다는 차원에서 2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붓기로 결정하였다.

미 국무장관 John Hay는 “미래 세계의 평화는 중국에 달려있다. 따라서 누가 중국을 이해하면…곧 미래 500년 세계 정치의 열쇠를 장악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동북에 대한 관심 집중은 동북을 장악하는 자가 강국이 되었던 역사적인 경험을 되살리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현재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이 동북프로젝트를 통해 더욱 동북지역의 통치권을 강화하고 역사적으로도 이론적인 근거를 명확히 해두려고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 즉 조선족 사회,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른 탈북자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는데 특히 중국이 한중변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분쟁의 여지가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중변계문제와 간도협약의 무효

1712년 ‘서쪽으로는 압록강, 동쪽으로는 토문강’이라고 명시한 백두산정계비를 세워 양국의 경계를 삼았다. 그러나 소위 조선인의 ‘월경’ 문제로 분쟁이 일게 되자 1885년과 1887년 2차례 회담을 벌였으나 최종적인 결론을 얻지 못하였다. 1905년 일본이 불법적으로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후 일본의 이익을 위해 1909년 간도협약을 맺어 간도를 청조에 귀속시켰다.

그러나 간도협약은 크게 2가지 측면에서 무효다. 하나는 1905년 을사조약이 무효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1909년의 조약이 무효다. 또 하나는 일본이 제국주의 힘을 이용하여 맺은 각종 조약이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무효로 돌아갔으며 각종 국제법적인 측면에서도 마땅히 무효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간도협약만 유효한 것처럼 중국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상의 역사적인 연유로 분쟁의 여지가 있는 간도문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중국은 철저하게 중국의 변경의식 및 변경 통치 등의 연구를 통해 이 지역이 자고이래로 중국의 영토임을 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한중국경분쟁의 재연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동북지역에 누구도 어떠한 이유를 달아 근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따라서 동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변경연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되는 것이고 현재와 미래의 변경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고대사도 재정비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고구려연구재단의 방향과 동북프로젝트의 괴리

(1) 고구려연구재단이 이해하는 목적과 사업방향의 문제점

재단이 이해하는 동북프로젝트의 목적은 중국이 동북 변방의 정치사회적 안정을 목표로 동북 장악의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여 조선족 통제 및 조선족의 한민족 의식을 제거하여 중국 소수민족의 분열을 원천봉쇄하며 북한 붕괴 및 혼란 시 과거 역사 연고를 근거로 정치, 군사적 개입 근거를 확보하고 통일한국시대의 국경선 분쟁을 원천 차단함으로서 동북아 국제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위에서 설명한 동북프로젝트의 면모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작 재단이 추구하고자 하는 사업의 핵심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더불어 고대사 왜곡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는 재단의 설립 목적에서도 명백하게 “고구려사를 중심으로 한국 고대사 나아가 동아시아 역사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재단 사업의 필요성, 사업의 범위 등에서도 고대사 왜곡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중심은 고구려사(고대사)가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뒤집어서 생각해 보아도 동북프로젝트의 목적과 재단의 대응방향은 괴리가 있지 않는가? 현재와 미래의 필요에 의해 근현대 연구가 중점이 되고 더불어 과거도 연구하고 있는 동북프로젝트에 대해 과거에 중심을 두고 현재와 미래의 문제는 거칠게 표현하여 '심심풀이 땅콩'이나 구색을 갖추는 정도의 ‘악세사리’의 역할을 하게 하는 재단이 된다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까?

(2) 고구려연구재단 조직상의 문제

먼저 고구려역사연구팀 7명, 고구려문화연구팀 7명, 고조선사 연구팀 6명, 발해사 연구팀 5명, 동북아관계사팀 7명, 민족문제연구팀 6명의 편제로 동북프로젝트의 목적에 부합하는 연구가 제대로 창출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재단의 조직도에 의하면 중국이 동북프로젝트의 70% 이상을 쏟아 붓는 변경문제는 기껏해야 전문 연구인력 1명 정도가 배정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다.

그 외에 공모를 통한 공동연구나 단독연구에 1~2과제 정도 배정되어 있다. 근현대 변경문제를 다룰 수 있는 곳이 동북아관계사 연구팀인데 총 7명의 연구 인력이 고려-근대 한중관계사, 고려-근대 한일관계사, 고려 이후 영역과 정책 문제 연구, 해당 분야 (번역) 자료집, 사료집, 홍보책자 저술까지 업무로 배정되어 있다.

아무리 잘 배분을 한다 해도 1명 정도가 한 분야를 담당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1명이 고려-근대 한중관계사의 수많은 내용 중 어떠한 방향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동북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변경문제는 따로 연구하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적절하게 해결되는 것인가?

(3) 고구려연구재단 내용상의 문제

재단이 설립되기 까지 아무래도 역사문제가 부각되었고 역사연구를 위해 설립되는 재단이다 보니 대부분이 역사 일색이다. 그러나 재단은 고대사 연구자들만의 기득권을 행사하는 곳이 되어서도 안 되고 또 역사연구자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도 안 된다.

전체적인 방향과 동북프로젝트의 목적이 고대사 왜곡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고대사 연구자들의 재단 창립에 노력했던 기득권이 보호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더욱더 역사연구자만의 전유물이 될 수도 없다. 현재와 미래를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연구가 필요한 경우 더욱더 다양한 학제간 연구가 절실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4년도 사업계획을 보면 순수역사 연구에 치중되어 있다.

이는 재단의 방향을 순수 역사연구에 집중할 것이냐 아니면 중국의 의도에 맞대응하는 방향의 전략을 포함한 연구를 할 것인가가 분명하게 결정되어야지 정리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연차별 중점 연구 과제를 보면 1차년도에 고구려 일색이다. 2차년도에 고조선을 포함한 고대사, 3차년도에 고구려와 발해 및 고려의 계승문제다. 재단의 수년간 중점연구방향에서 벌써 많은 것을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재단과 동북프로젝트의 인식 차이가 너무도 확연하다면 재단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는 동북프로젝트 목적에 부합하는 재단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가 주저된다. 재단에 묻고 싶다.

수년간의 중점연구방향을 통해 재단이 인식하는 동북프로젝트의 목적에 부합하는 전략적인 연구 성과 및 역사 왜곡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 수립될 수 있는지? 만약 재단으로부터 확신 찬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비록 중국의 방향과는 다르게 가고 있지만 우리는 역으로 고대사를 연구하여 첨예하게 신경전을 벌일 수 있는 근현대 변경문제에 관한 전략까지 수립하게 되므로 그것 또한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재단이 그 정도의 마스터 플랜이 있는 상태에서 고대사에 편중된 연구라면 국민들도 수긍할 수 있을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문제는 중국의 한국사 왜곡으로 비롯하여 재단 발족까지 이어져왔는데 그러한 재단에 중국사 전문가 및 근현대 연구자가 배제되어 있는 점이다. 재단의 향후 추진 방향은 동북프로젝트의 목적과 방향을 충분히 직시하여 국가의 장기적인 비전하에 전략적으로 연구하고 접근하는 재단이어야 한다.

해법 하나

중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연구 인력이 열악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연구수행 및 대처가 가능한 것인가? 고구려 역사의 중요성 부각으로 시작되어 고대사 연구에 집중되어 있는 재단의 기금 및 조직 편제 등을 대폭 확대 혹은 재조정하여 동북프로젝트의 목적과 사업방향에 부합되도록 종합적인 연구기관의 위상으로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참에 중국의 사회과학원이나 대만의 중앙연구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권위 있는 연구기관으로 태어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기관에서 필요한 경우 동북프로젝트와 같은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너무도 과대한 요구라고 한다면 적어도 동북프로젝트 맞대응에 걸 맞는 이름과 내용들로 충실하게 채워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일차적으로 ‘고구려사’로 대변되는 재단 방향과 목적의 당위성 등이 재조정되어야 하고 심지어 고대사 연구 중심의 편제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중국이 그토록 중시하는 변경문제는 국가의 존립기반인 영토와 국민의 생활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 연구팀이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지 산발적인 몇 개 연구 성과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전혀 아니다. 중국이 비공개 응용연구 및 변경과 관련된 1차 사료 정리까지 동원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해결 방안이 떠오르지 않을까?

또 다른 해법

많은 진통을 겪으면서 출범하는 재단에서 동북프로젝트와 맞대응 할 정도의 모든 일을 할 수 없다면 또 하나의 방법으로 역할을 분명히 구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재단이 고대사 연구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부각하고자 한다면 그야말로 고대사 연구만 확실하게 하고 근현대 변경문제는 국가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에 충분한 기금을 할당하여 국가가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전문 연구팀을 편성하여 영토 및 국경문제 등에 대해 연구할 수 있도록 하여야 마땅할 것이다.

적은 연구 인력으로 효과적인 연구수행 방법을 고안하여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중국이 모든 것을 정비한 후에 비로소 뒷북을 치며 한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신문화연구원에서 민족문제와 관련하여 그동안 연구가 되었다면 민족문제 등에 관하여 기금을 배분하거나 새롭게 편성하여 삼자가 역할분담을 통해 효율적으로 연구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나 정신문화연구원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축적해 온 수많은 자료 및 연구 인력을 활용하여 재정비 하고 전문 연구팀이 집중 연구한다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자료 수집부터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재단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접근하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또 각 기관의 특성을 발휘하여 연구 성과 면에서도 집중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고구려연구재단X국사편찬위원회X정신문화연구원의 3박자 호흡

재단 이사에 국사편찬위원장과 정신문화연구원장이 당연직으로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3자의 효율적인 역할분담으로 국력의 낭비를 줄이고 적은 연구 인력으로 많은 연구 성과를 내는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각 기간의 연구 성과를 모아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재정리하는데도 삼자의 긴밀한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각 기관마다 추구하는 목적이 달라 통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재단이 조그만 구멍 가게식 잡화상처럼 운영하면서 총 38명의 연구 인력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또 그것이 효율적이지도 않다면 기존의 기관을 활용하는 방법도 우리의 힘을 분산시키지 않고 효과를 극대화 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물론 재단은 유관기관과의 협동연구 및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대응방안을 개발한다고 하고 있다. 전시성 행정이 아닌 진정하게 의미 있는 역할분담이라면 더욱더 철저하고 효율적인 역할분담이 필요하지 않을까? 재단이 국가의 각종 국책 민간 기관들과 원만하게 역할분담을 할 수 있어서 충분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면 차라리 그것을 총괄하고 기획하는 정도의 역할만 담당해도 좋을 것이다. 문제는 고대사 중심의 기본에다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다고 다양한 의견 수렴은 하였으나 여전히 엇박자처럼 비춰지는 것은 왜일까?

국민의 염원은 어디에?

재단 발족을 지켜보는 국민은 바라는 것이 많다. 재단의 무궁한 발전과 도약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재단이 추진하는 방향이 국민의 염원에 부합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둘 중의 하나는 분명히 해 주어야 할 것이다. 먼저 국민이 원하는 바대로 동북프로젝트에 맞대응 할 수 있는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재단, 국가의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정도의 면모를 분명히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동북프로젝트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여 현재의 방향을 재조정하며 국민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하여 명칭을 포함한 재단이 추구할 내용 및 조직 편제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국사편찬위원회나 정신문화연구원과의 긴밀한 상호협조 속에서 국력을 낭비하지 않고 그동안 쌓아온 자료와 연구 인력을 활용하여 더욱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국가의 장기적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없는 것이 없을 정도의 세련된 대형 마트가 되던가 아니면 고도의 전문성을 제대로 갖춘 전문 샵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프랜차이즈 총본부 같은 기획 조정의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현재까지 드러난 동북프로젝트의 핵심은 국가차원에서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접근해야 할 근현대 변경연구에 집중되어 있다.

변경연구를 철저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고대사의 재정비는 매우 중요하다. 재단의 고대사 중심 연구는 그런 면에서 충분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동북프로젝트는 중국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의 한시적 프로젝트에 불과하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보아 동북프로젝트와 재단을 등치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

비록 동북프로젝트로 인해 재단 설립까지 이루어졌지만 재단이 동북프로젝트만을 위한 한시적인 것을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원견을 갖고 장기적인 구상을 하여야 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동북아 허브를 구상하는 참여정부가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동북의 위상은 도외시한 채 사건이 터지지 않으면 현안이 아니라고 여기어 안이하게 대처하는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은 지금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읽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재단이 더욱더 발전하기 위해 우리의 지혜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선영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오마이뉴스 2004-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