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를 되찾자]"우리 국민 영토관심 최악 상황"

"적어도 동북아 문제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중국사와 중화사상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지엽적인 문제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고구려사 왜곡은 중국의 동북공정의 한 단면일 뿐 큰 줄기는 아닙니다." 동아시아영토문제연구소 양태진 소장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중화사상은 중국인의 의식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흐름이다. 중화사상에서 민족의 개념은 굉장히 자의적이고 이기적이다. 따라서 그들의 의도에 따라 고구려나 발해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고대사 전체가 중국 역사의 일부분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학자들 사이에서 중국의 그런 역사인식과 광범위한 왜곡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시도로 촉발된 현재의 상황을 무척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적인 맞대응은 저들의 논리에 휘말리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중국이 왜 지금 시점에 동북공정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가에 대해 우선 연구해야 합니다." 그들의 목적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대응을 해야 그들에게 휘말리는 일 없이 우리의 논리를 제대로 펼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남과 북이 분단된 상황이고 영토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별로 없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그나마 간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양 소장의 관심은 오랫동안 '땅'에 머물러 있었다. "역사의 모태는 땅입니다. 언제나 땅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장악했습니다. 삼국 시대에 한강유역의 기름진 평야를 차지한 나라가 주도권을 쥐었던 사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우리나라 역사서의 서술관점은 너무 인물 중심이었다. 그는 우리가 발해의 역사를 잃어버린 것도 역사의 관점이 영토에 이르지 못하고 인물의 개인사에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영토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역사의 맥을 잇는 작업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영토 문제 문헌연구로 맞서야"

그가 우리나라 국경의 변천사를 연구하고 10여 편의 논문과 책을 써낸 것은 모두 간도 문제를 비롯해 우리 땅의 역사적 해명을 위해 매달린 결과였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과 영토에 대한 문제제기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연구를 통한 문헌대결밖에 없다는 것은 그의 평소 신념이기도 하다.

1996년에는 초-중-고 교사들을 모아 영토학교를 열기도 했다. 처음에는 200여 명의 교사가 모여들어 함께 토론하고 연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영토학교는 2년을 못버티고 1998년 문을 닫고 말았다. 사비를 털어 운영했던 터라 많은 금전적인 손실을 입었지만 그는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때의 학생이었던 교사들이 지금까지 연락을 하며 의문나는 점을 물어오는 것을 보면, 그때 뿌린 씨앗들이 이제 싹을 틔우기 시작했고 언제가는 결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양태진 동아시아영토문제연구소 소장>

(뉴스메이커 2004-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