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빅딜행보'' 심상찮다

지난달 26일 유럽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를 방문한 그날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중국에 대해 무기수출을 허용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회의를 전후해 중국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 조치가 3월에는 풀릴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후 주석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협력강화’를 외쳤다.

3주일 뒤 이번에는 홍콩에서 다른 소식이 흘러나왔다. 중국이 베이징∼상하이간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프랑스에 맡기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철도부가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었지만 부인의 강도는 약하기만 하다. 이들 사건을 둘러싸고 빅딜설이 나온다. 프랑스 독일 등 EU 강국들이 중국과 ‘큰 거래’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반도로 눈을 돌리면 이와 비슷한 ‘거래’의 흔적이 엿보인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과 관련한 미스터리 중 하나는 중국이다. 중국이 입장을 바꿔 6자회담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이유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과 미국 사이에 벌어지는 움직임이 주목된다. 중국은 지난해말 미국에 빚 독촉이나 하듯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윽박질렀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 문제로 으르렁대는 상황에서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원자바오 총리를 만난 뒤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대만에 엄청난 양의 무기를 팔던 미국은 중국의 대만 공격 위협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두 나라 인사의 상대국 방문도 빈번하다. 미국의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의 중국 방문에 이어 이번에는 더글러스 페이스 국방부 정책담당차관이 중국 국방부 인사들을 만났다. 한편에서는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자국의 역사라고 우길 태세다. 하나 하나가 모두 경계해야 할 움직임이다.

(세계일보 2004-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