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를 되찾자] 중국은 간도를 이렇게 본다 (1)

중국 정부는 2002년 2월부터 공개적이고 대대적으로 시행한 동북프로젝트를 통해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논리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한국에서는 동북프로젝트가 단지 '중국의 한국 고대사 빼앗기 공작' 정도로만 인식했다. 그러나 동북프로젝트 가운데 고구려사가 차지하는 부분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동북프로젝트의 중요한 현실적인 목적은 어디에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동북프로젝트의 실체가 간도 문제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구과제명에서도 이 사실은 드러난다.

동북프로젝트의 공개된 5개의 연구방향은 중국강역 이론 연구, 동북 지방사 연구, 동북 민족사 연구, 한-중관계사 연구, 중국 동북 변강과 러시아 원동 지구 정치-경제 관계사 연구이다. 간도 문제는 동북 지방사 연구라는 항목 아래 2003년 중점 연구방향으로 선정되어 있지만 동북프로젝트 전체 연구방향으로 보면 간도 문제 또한 일부분에 속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동북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27개 과제가 공개적으로 선정되었다. 그 중 12개 과제는 직-간접적으로 간도 문제와 관련이 있으며 중국이 간도를 중국령으로 영원히 고착시키는 논리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학술연구에 속하는 것이다. 한국을 그토록 뜨겁게 달구었던 고구려사는 2개 과제에 불과하지만 간도와 관련이 있는 변경 문제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7개 과제 공개적으로 선정

12개 과제명 중 간도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쓴 과제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과제에 담을 내용을 자세히 추론해보면 현실적으로 분쟁의 여지가 있는 간도 문제를 염두에 두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중화민국 시대 동북 지방 정부 변경 통치 연구 ▲근대 중국 동북 지구의 국제 이민 문제 연구 ▲동북 민족 구역 설치 연구 ▲역대 동북 변경 통치 연구 ▲국제법과 한-중 변경 논쟁 문제▲청대 변경 도시 연구 ▲백두산 지역 역사와 문화 및 귀속 문제 연구 ▲동북 한족 인구사 연구 ▲중국 역대 동북 변경 치리 사상 연구 ▲청대 압록강 유역의 봉금과 개발 연구 ▲동북 변경 다민족 문화 교류와 융합 ▲만주국 시기 동북 변경 충돌과 변경 교섭 연구가 바로 간도와 관련 있는 사안들이다.

간도 문제를 염두에 둔 동북프로젝트의 진정한 속내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전략적-정치적-경제적-교통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동북(간도)의 위상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동북의 고대사로부터 현대사까지 철저하게 중국 역사에 편입하여 동북의 통치권을 공고하게 장악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새 역사 창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동북 변경 문제는 학술 문제일 수도 있지만 바로 국가 영토, 주권과 관계되는 중대한 정치 문제이다. 또한 지역적인 문제이면서도 복잡한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래 동북 변경에서 한국-북한-러시아-몽골-일본-미국과 중국 사이의 쌍방관계나 다변관계에 큰 변화가 초래됐다. 동북아의 정치적-경제적 위상이 나날이 커지면서 동북아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동북 변경 역시 동북아의 중심적인 위치에 놓이면서  전략적 지위를 갖게 됐다. 이것이 바로 중국이 간도 문제를 중시하는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박선영 포항공대교수-중국 근현대사 전공〉

(뉴스메이커 2004-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