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에서 무협까지-살림지식총서 중국 관련서

도서출판 살림이 기획하는 '살림지식총서' 중 중국과 관련된 9권이 출간됐다.

이번에 나온 책들은 최근 고구려사 귀속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다룬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최광식)을 필두로 「중국의 정체성」(강준영)ㆍ「중국의 문화코드」(강진석)ㆍ「중국사상의 뿌리」(장형근) ㆍ「화교」(정성호)ㆍ「중국인의 금기」(장범성)ㆍ「무협」(문현선)ㆍ「중국영화 이야기」(임대근)ㆍ「경극」(손철규) 등이다.

한국고대사학자인 최광식 고려대 교수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서 동북공정을 중국정부차원에서 추진되는 정치 프로젝트라고 규정하면서 여기에는 경제적 목적과 함께 영토 문제가 개입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최 교수에 의하면 고구려 문화유산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와 세계문화유산 등재 움직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해양엑스포를 겨냥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남북통일 뒤에 국경문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동북지역에 대한 연고권을 강화하는 정치 목적도 담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고구려사가 자국사라고 주장하는 중국측 논리들을 비판하면서 고구려는 한국사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최 교수는 각종 중국 사서나 우리측 기록에 모두 고구려가 중국과는 다른 천하관을 갖춘 국가였음을 든다.

한국외대 강진석 교수가 집필한 「중국의 문화코드」가 다루고 있는 내용 중에는 '중국'이란 용어가 시대별로 어떻게 사용되었는 지를 분석한 대목이 주목대상이다.

저자에 의하면 '중국'이란 말이 주권국가의 개념으로 처음 사용된 것은 영토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1689년 러시아와 체결한 네르친스크 조약 때. 하지만 이 때 중국은 만주어로 표기됐다. 한문으로 외교상 '중국'은 아편전쟁 때라는 것이다.

고대의 경우는 중국보다는 화하(華夏)가 더 많이 사용되었는데 중화(中華)는 중국과 화하의 합성어. 이런 중화라는 개념에는 지리적 중심부라는 의미와 함께 민족정체성 혹은 문화적 우월성이라는 요소가 녹아 있다고 분석한다.

이화여대 박사과정 문현선씨가 쓴 「무협」은 무협을 중국 민간전통에 뿌리박은 고유한 삶의 양식이라는 관점에서 학술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각 권 100쪽 안팎. 권 당 3천300원.

(연합뉴스 2004-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