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는 우리 땅입니다”
최근들어 독도에 대한 일본의 끊임없는 망언과 함께 고구려사를 자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가 이슈가 되면서 ‘영토(領土)’의 의미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우리측에서는 경향신문의 시사주간지 ‘뉴스메이커’를 중심으로 ‘잊혀진 우리땅 간도를 되찾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간도는 발해와 고구려의 활동무대로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이 실질적인 주인이었던 땅. 간도의 역사와 간도 되찾기 운동을 소개한다.

◇‘빼앗긴 땅·역사 찾기’ 여론 비등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빼앗긴 우리 영토가 있다. 노력하면 되찾을 수 있지만 그곳은 여전히 남의 땅으로 버려져 있다. 이제 6년이 지나면 완전히 남의 땅이 되어 버린다는 주장도 있다. 그 땅의 이름은 간도(間島). 시인 윤동주의 ‘별헤는 밤’에 나오는 북간도가 그곳이다. 하지만 대개는 한자만 보고 어디 북방 변두리의 작은 섬으로 짐작한다.

간도는 섬이 아니다. 간도는 우리 민족이 태동하고 찬란한 역사를 영위했던 광활한 북방영토의 이름이다. 간도라 하면 넓게는 만주 지역 전체를 일컫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백두산 북쪽의 만주 지역 일대, 우리가 흔히 ‘옌볜’이라고 부르는 중국의 옌볜조선족자치주에 해당하는 지역을 가리킨다.

간도의 중심인 옌지 시내는 이곳이 조선족의 자치주임을 분명하게 말해주는 한글 간판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갖가지 잡다한 물품을 팔고 있는 재래시장은 특히 낯이 익었다. 우리나라의 70년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모든 것이 우리와 많이 닮아 있어 남의 나라, 남의 땅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1712년 백두산 정계비가 세워지기 훨씬 이전부터 간도에 이주해 땅을 일구고 개척한 것은 우리 민족이었다. 그러나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일제가 1909년 간도협약을 맺고 청나라에 영유권을 넘기면서 중국 영토로 편입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간도는 민족의 설움과 상처를 한 몸에 안은 채 잊혀져 가고 있는 비운의 영토이다.

일본이 대한제국에 강요한 모든 조약들이 원천 무효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유독 간도협약에 있어서 우리는 정당한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으니 우리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처럼 우리가 방관하는 사이 중국은 간도영유권에 대한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렇다면 과연 간도를 되찾을 방법은 있는가. 인천대 법학과 노영돈 교수(국제법)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행동을 취해야 한다”면서 “당장 정부가 나서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영유권을 주장하는 공식선언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간도영유권을 주장하고, 간도가 ‘영토분쟁’이 있는 지역임을 국제 사회에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중국과 일본이 맺은 간도협약은 무효라는 전제 하에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 유리한 자료를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간도가 북한과 접해 있어 우리 정부가 나설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국가 차원의 대응은 1975년 국회에서 간도자료집을 만든 것이 전부라고 한다.

간도영유권 연구도 몇몇 학자들의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북방영토 연구에 전문성을 가진 학술단체는 ‘백산학회’가 유일하고, 이마저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30년간 간도문제를 연구했다는 모 교수는 “연구를 통해 간도영유권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더라”며 “솔직히 더 연구하고 싶은 의욕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청산리대첩과 봉오동전투 등 민족정신을 일깨운 항일무장투쟁의 본거지였고, 지금은 2백여만명의 조선족이 살고 있는 광활한 우리의 북방영토 간도. 분명 간도는 섬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게서 잊혀진 땅이기에 그곳은 섬보다 더 멀고 외롭다. 경인교육대학 강석화 교수(한국사)는 “영토 귀속을 판단하는 데는 그 나라 국민의 영토의식도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간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온 국민이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간도문제를 좀더 두고 보자는 신중론도 있다. 그러나 영토보전은 경제논리에 앞서는 원초적인 문제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학자들의 견해다.

  (경향신문 20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