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왜곡 학술적 대응하겠다"

지난 4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움직임에 학술적 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한 ‘고구려사 연구재단’(가칭) 설립준비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정배(사진) 전 고려대 총장은 6일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사업에 공과 사, 전공과 비전공을 따지지 말자”고 강조한 뒤 “전 국민이 단합해 역사를 바르게 세우고 지켜 나가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고대사학회 회장과 한국사학회 회장, 단군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김 교수는 한국고대사 연구자 중 몇명 안 되는 원로학자다. 다음은 일문일답.

―재단은 어떤 성격을 갖게 되나.

▲정부가 출연했지만 순수 민간단체로 운영되는 게 옳다고 본다. 특히 순수학문단체로 재단이 설립됐는데 정부 산하기관이 된다면 자유로운 학문 연구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발해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는 등 소수민족 역사를 연구했다. 그런 움직임이 최근 고구려사 왜곡문제로 불거진 것이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너무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고구려사는 우리 역사 전체의 큰 틀이다. 고구려사를 뺏기면 우리 역사 전체가 무너진다.

―구체적인 대응책은 뭔가.

▲우리 반만년 역사가 자칫 2000년 역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게 되면 국민적 재앙이 나타날 것이다. 전국적으로 지혜를 모아 인재를 키우는 등 학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연구를 통해 우리 역사임을 입증하고 상대방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인재를 키우되 감정적인 대응은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고구려 옛 영토 대부분이 우리 영토가 아닌데.

▲필요하다면 북한 학자들과 연계해서 공동연구도 수행할 수 있다. 북한뿐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 학자들과의 교류도 활발히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정부가 너무 나서면 양국간 마찰이 생길 수 있다. 학자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정부가 우리 역사에 대해 소홀했던 점은 반성해야 한다.

(세계일보 20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