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배위원장 “고구려史 지키기 해외학자들과 연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는 학문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감정적으로가 아니라 학문적 근거를 갖고 철저한 연구를 통해 고구려사가 우리의 역사임을 입증해야지요.”

4일 오후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고구려사 연구재단’(가칭) 설립추진위원회 총회에서 위원장으로 추대된 김정배(金貞培·64)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감정적 대응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주는 우리 땅’이라는 식의 국수주의적 주장은 중국측에 불필요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새로 출범할 재단도 연구가 활동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경상비 지출을 최소화하는 대신 연구비 집행이나 연구 인력 양성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단의 연구 영역을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근현대사까지 확장해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재단 설립의 당초 목표에서 벗어나 산만해질 수 있다”며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연구 영역과도 중복되지 않도록 연구 범위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중국의 한국사 폄훼 작업은 1970년대 발해를 당나라의 지방정권으로 주장하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냉전 종식 이후 구소련에서 독립운동이 활발히 일어나 중국 내 소수민족들도 더불어 동요할 우려가 생겼고, 특히 한국의 국력 신장에 따라 조선족이 대거 한국으로 들어오는 등 1990년대 이후 일어난 일련의 정세 변화 때문에 중국이 무리하게 고구려사를 자국사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김 위원장은 “일본 러시아는 물론 중국의 양식 있는 학자들도 고구려사가 한국사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해외 학자들과 연계해 도움을 얻는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구려사 연구재단’은 12일 공청회를 거친 뒤 3월 1일 정식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동아일보 20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