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고구려神'이 되살아난다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하려는 중국정부의 역사프로젝트 ‘동북공정(東北工程)’과 관련 한ㆍ중학계간의 갈등이 야기되고 있는가운데 한강 이남의 고구려 역사가 충북 단양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단양군이 최근 관련 유적과 지역에 전해오는 민담, 설화까지 모두 끌어모아 고구려사와 문화를 재현하는 사업에 나선 것이다. 단양은 고구려의 한반도 최남단 영토였던 곳으로 일부 지역에 고구려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등이 남아있다. 고구려사 되살리기의 핵심 사업은 고구려 민속촌 건립. 단양군은 영춘면에 있는 현 온달관광지(10만㎡)를 22만㎡로 두 배 이상 확대한 뒤 100억원을 연차적으로 투입, 2010년까지 대규모 민속촌을 조성할 계획이다.

민속촌 예정지는 온달산성 일대와 맞은 편 남한강 둔치로 산성을 휘감아도는 푸른 강물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경관이 일품이다. 이곳에는 고구려의복, 생활상 등을 볼 수 있는 고구려 역사ㆍ문화 전시관이 들어서고, 고구려 귀족과 서민 가옥, 저자 거리도 그대로 재현될 예정이다.

단양에서 활약했던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온달관도따로 마련된다. 또 고구려 왕궁이던 안학궁 외전과 내전, 광개토왕비, 동명왕릉 등 중요 유적, 유물을 모형으로 축소해 건립하고, 평양의 보통문,대모산성 등도 실제 모양을 본 따 세우기로 했다.

이건표 단양군수는 “중앙에 진입 광장과 연못을 만든 뒤 이를 빙 둘러 가며 시설물을 배치, 관람객이 한 눈에 고구려 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단양군이 고구려 문화 재현에 적극적인 것은 지역 곳곳에 고구려의 정신이서려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평원왕의 사위 온달장군(?~590)과 관련한 유적과 전설, 민담 등이 많아 주민들은 온달의 용감한 기개를 단양의정신으로까지 여기고 있을 정도다.

영춘면 하리 남한강 변에는 온달이 신라군에 맞서기 위해 고구려 양식으로쌓았다는 온달산성(사적 264호)이 있고, 그 아래에는 온달이 수련했다고전해지는 온달동굴(천연기념물 261호)이 있다.

온달산성 주변에는 장군목, 면위실, 장수물, 망굴여울, 휴석동, 방터, 대진목 등 온달의 무용담이 서린 지명이 60여개나 된다. 또 남한강 건너편사지원리에는 일명 ‘태장이 묘’로 불리는 대형 돌 무더기가 있는데 아직어떤 성격의 돌무더기인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지역 주민들은 온달 장군의 묘라고 굳게 믿고 있다.

단양지역 향토 사학계에서는 삼국사기 ‘온달전’에 나오는 온달장군이전사한 장소가 온달산성이라고 주장한다.

향토사학자 윤수경(55)씨는 “삼국사기에 온달이 화살에 맞아 죽었다고 나오는 아단(阿旦)은 한강의 옛 지명인 아리수의 제일 꼭대기라는 의미이므로 온달이 최후를 마친 곳은 일부 학자가 주장하는 서울의 아차산이 아니라 남한강 최상류인 단양 영춘이 맞다”며 “단양군이 고구려의 한강 이남역사를 재조명하는데 앞장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충북도는 단양군의 고구려사 재현 사업이 온달로 대표되는 고구려인의 기상을 알리는 특색있는 관광상품이 될 것으로 보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한국일보 20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