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 교수,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

中 대학 한국사 관련교재 공개

중국 정부가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 베이징(北京)대 교수들이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기술한 책자가 국내 교수에 의해 공개됐다.

김우준(47)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간사는 3일 중국 베이징대의  장페이페이(蔣非非), 왕샤오푸(王小甫) 교수 등 소장파 역사학자 6명이 지난 98년 발간한  「중한 관계사(中韓 關系史)-고대권」(사회과학문헌출판사 刊)을 공개했다.

중국 베이징대 `한국학연구중심'이 펴낸 한국학 총서에 포함된 이 서적은  서문에서 "중국에는 하.상.주.진.한.수.당.송.원.명.청 등의 왕조가 있었고  그  중간에 춘추전국시대.위진남북조시대 등이 있었으며 한국에서는  고조선.삼한.고구려.백제.신라.고려.조선 등의 왕조가 있어 양국 간 정치.외교.경제.문화 관계를 서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서적은 이어 중국 각 왕조에 대응하는 같은 시기 한반도의 왕조들을 한  쌍으로 묶은 뒤 각 시기별 양국 간 교류를 서술해 고구려를 명백한 한국사로 인정했다.

특히 고구려사 기술 대목인 3장 1절은 `위진남북조와 고구려의 관계'라는  제목 아래 `고구려 승려들이 중국에 유학을 많이 했고 불경 외에 기타 다른 분야  연구도 많이 했다'라거나 `고구려 왕이 위에 조공을 바쳤고 북위는 고구려에  대해  특별한 예를 표시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고려사 등 한국 측 사서들을 인용하기도 한 이  책에서는 또 고려 왕조에 대해 고구려를 계승했다고 썼다.

이 전문도서는 김 교수가 2000년 중국 베이징대 출판부에서 입수한  것으로  김 교수는 당시 이 책이 베이징대를 비롯한 대학들에서 한국사 관련 교재로 쓰이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책 곳곳에 중국 특유의 대국주의적 입장이 피력되긴 하지만  고구려사를 명백한 한국사의 일부로 기술하는 등 비교적 중립적인 관점에서 쓰였다"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대학인 베이징대 교수들이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고구려사의 중국사 편입은 80년대 지린(吉林)성 등 중국 동북지역  학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고, 이를 포함한 동북공정은  러시아와  중국 간 국경분쟁, 간도 문제 등 미래까지 겨냥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중국의 동북 지역은 청조까지는 한족의 무대가 아니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시작된 한중 간 역사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선 공동 역사연구를 하는 유럽처럼 한중도 고대에서 간도  문제에  이르는 역사에 대한 공동연구와 협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20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