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도 왜곡된 한국史 강의

유학생이 인터넷에 올린 ‘외국에서…’ 화제

“한국의 역사 국정교과서는 왜곡 투성이라며?”

고구려사와 독도를 둘러싼 한·중·일 3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 미국유학생이 현지 대학에서 보고 느낀 한국의 역사왜곡 상황을 인터넷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20대 후반의 이 유학생은 국내대학을 2년간 다닌후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모 대학에 유학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신상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대학의 홈페이지와 역사학계의 사이트 등에 그의 글이 ‘외국에서 한국역사가 왜곡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의 제목으로 넓게 퍼져 읽히고 있다.

이 유학생이 글을 올리게 된 것은 한 백인 미국인 교수의 ‘동북아 문학’ 강의의 수강 중 겪은 경험이 계기가 됐다.

그 미국인 교수의 강의는 내용 뿐 아니라 표현에서 교묘하게 왜곡돼 있었는데, 예컨대 “고려시대 왜구가 창궐해 한국의 왕(Korean King)이 일본의 황제(Japanese Emperor)에게 칙사를 보내 왜구를 억제해달라고 간청했다”는 식이라는 것. 황제와 왕은 어감 상 지배국과 속국의 관계를 의미한다.

그 교수는 한 강의에서 “한국정부가 일본과의 역사적 관계에 대해 학생들에게 과장된 역사를 가르친다고 생각하는데…, 너의 생각은 어떠냐”라고 이 유학생에게 질문을 했다. 이 유학생은 ‘짧은’ 영어로 애써 설명해보았지만, 교수가 보인 반응은 “나는 여전히 한국정부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였다.

자신을 민족주의자가 아니라고 믿던 이 유학생은 이같은 일을 당하고 몹시 혼란에 빠졌다고 고백하며, 이 교수에게 제출하는 레포트를 주제와 달리 ‘한·중·일의 중근세역사의 이해’라는 글로 제출했다가 최저점수에 해당하는 ‘C―’를 받아야 했다.

이 유학생이 제기하는 문제는, 미국인 교수는 아시아에 관한 역사 및 정세 등 모든 것을 일본에서 일본인이 영어로 작성한 자료에 의존하더라는 것. 이 교수는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이후에도 한국에서 만든 자료는 접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영어에 능통한 한국 동포학생은 거의 한국의 역사에 대해 무지했고, 많은 돈을 쓰며 유학온 학생들도 대다수는 역사계통 보다는 경영학이나 이공계통만을 전공해 한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없더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체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사에 대한 왜곡을 바로잡을 길이 없다고 글을 맺었다.

(문화일보 20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