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붕괴되면 연고권은 중국에 있다?

 

한국이 통치 주체였다는 선례없어 美 ·中이 주도권 행사할 수도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북한 지역의 통치 주체는 누가 될 것인가. 헌법상 한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통일 독일 당시 서독이 주도했던 것처럼 남한이 통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지만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는 곧 출간될 ‘한미동맹 50년’에서 “한국 정부 혹은 한국군의 단독 개입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주목할 만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북한의 통치 주체 문제에서 주요 논거로 제시해온 것은 1948년 12월 12일 ‘유엔 결의 195’의 내용이다.

정부는 이 결의안이 “유엔이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했다고 말해 왔지만, 실제로 원문은 “유엔 한국 임시 위원단의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합법 정부”라고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한반도 전역이 아닌 남한 지역 내의 한국 정부만을 유엔이 승인했다는 내용이다. 김교수는 “정부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며, 한국 외에는 어느 나라도 이러한 해석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역사적 선례를 봐도 그렇다. 1950년 10월부터 12월 사이 한국군과 유엔군이 북진했을 때 한국 정부나 한국군은 북한의 통치 주체가 되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1950년 10월 30일 당시 이승만 대통령도 평양 방문 시 대통령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6·25 발발 직후인 6월 27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두번째 결의안은 “북한의 무력 공격을 격퇴하고 이 지역에서의 국제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한국에 제공할 것을 유엔 회원국에 권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결의안 내용 중 “이 지역에서의 국제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라는 대목은 북한 점령 후 통치 주체가 유엔군임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됐다는 게 김교수의 분석이다.

김교수는 이런 사례가 “향후 북한이 갑자기 붕괴될 경우 북한에 대한 통치 주체와 관련해 역사적 선례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다수의 국가가 북한을 승인한데다 유엔에도 남한과 동시 가입을 했기 때문에 이미 국제법상 별개의 주권국가다. 그 때문에 북한을 미수복 지구로 규정하고 있는 남한의 주장은 국제적으로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역할이다. 중국은 통일 한반도에 친미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북한 지역을 일종의 완충지대로 설정하고 싶어한다. 김교수는 “북한 붕괴 시 주도권은 미국과 중국이 쥐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정권 교체 차원을 넘어 붕괴로 이어진다면 중국측의 개입 여지는 더 커지게 된다.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시도는 통일 이후를 대비해 옛 고구려 영토인 북한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이라는 것이다.

(뉴스위크 6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