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내 고구려 고분벽화 동영상 공개

덕흥리 고분 전실 천장부분의 수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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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뚫고 뛰쳐나올 듯 입체감이 두드러진 거북, 사각거리는 옷감 스치는 소리가 들릴 듯한 여인들의 춤사위….

고구려의 역사를 두고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 역사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북한 내 고구려 고분 벽화를 생생히 담은 동영상이 chosun.com을 통해 2일부터 국내 처음으로 전편이 공개된다. 북한의 조선기록과학영화촬영소가 지난 1998년 제작한 ‘고구려 문화재 1편-무덤벽화’다.

이 필름은 한국비디오선교회 김병삼 사무총장이 4년전 입수해 최근 조선일보사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김 사무총장은 “99년 이 필름의 판권을 1만 5000달러에 구입했다”며 “그동안 국내 방송을 통해 일부 내용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북한이 제작한 전체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30분 분량인 이 필름은 ‘안악 3호무덤(안악 3호분)’ ‘덕흥리무덤’ ‘수산리무덤’ ‘강서 세무덤(강서대묘)’, 마지막으로 ‘동명왕릉’을 소개하고 있다. 고구려가 장수왕 때 평양으로 천도한 이후 조성된 대표적 무덤인 이들 고분의 벽화는 그 동안 국내에도 내용이 알려져 왔다.

이번에 공개된 필름은 단순히 어떤 고분에 어떤 벽화가 있다는 소개 차원을 넘어 입체감 넘치는 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벽화 고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제작진은 입구에서 천천히 무덤 안으로 카메라를 움직여 동서남북 사방을 비춘 후, 천장까지 앵글을 옮겨 관객이 무덤 내부를 직접 관람하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주고 있다.

또 벽화를 구석구석 클로즈업해 세부를 보여준다. 때로 “벽화를 보면 왕들이 호의호식했던 궁중생활을 볼 수 있다”는 등 계급사관에 바탕을 둔 설명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고구려의 상무(尙武) 정신과 생활상을 소개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필름을 기증한 김병삼 사무총장은 “북한 내의 고구려 유적과 유물은 대단히 빼어난 역사 유적”이라며 “최근 chosun.com이 ‘아! 고구려’ 사이트를 마련하는 등 고구려사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 자료를 기증키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