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이공계 홀대… 두뇌가 떠나간다”…과학자 1만명 시위

‘시위의 천국’ 프랑스에서 과학자에 대한 홀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 과학자 1만여명은 29일 파리 보르도 마르세유 낭시 툴루즈 등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과학 연구기반 확충 및 고용불안 해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과학 연구 및 교육기관 노조원 등 ‘과학 연구를 살리자’라는 단체 회원들은 이날 파리 쥐시외대에서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 청사까지 ‘과학 연구 말살 중지’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시위에는 로랑 파비우스 전 재무장관과 클로드 바르톨론 등 좌파 정치인들도 동참했다.

앞서 장 드니 비뉴 과학자문회 부의장 등 저명한 과학자와 전국의 과학연구소장 등이 가입한 ‘과학 연구를 살리자’는 7일 과학 연구지원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인터넷에 띄웠다.

탄원서는 “정부가 올해 과학예산을 동결하고, 연구직 500여명을 3∼5년의 계약직으로 대체했으며, 민간 부문에서도 지원이 줄어 프랑스의 과학 연구기반이 망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이공계를 우대해 왔지만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연구예산 동결로 미국으로의 두뇌유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탄원서는 이어 “정부가 예산동결을 철회하고 고용안정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회원들은 현직에서 집단 사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의 과학자 1만여명이 인터넷을 통해 이 탄원서에 서명했다.

‘과학 연구를 살리자’의 대변인 알랭 트로트만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소장은 “3월 9일까지 정부가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과학 연구를…’ 발기인들이 먼저 현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세계 2위의 무기 수출국이자 첨단 전투기 라팔, 상업위성, 초고속 열차 TGV를 개발 수출하는 과학대국이다. 포병장교 출신인 나폴레옹 황제 이후 이공계 우대 전통이 자리 잡았다. 매년 7월 14일 프랑스혁명 기념일 퍼레이드의 선두를 ‘에콜 폴리테크닉(기술 대학)’ 학생들이 차지할 정도.

일반 이공계 대학 출신의 대졸 초임도 2500유로(약 360만원) 정도로 1500유로(약 210만원) 안팎인 인문계 출신들보다 앞선다.

(동아일보 2004-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