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史 바로 알리는 ''사이버 첨병''

“전세계 60억 인구가 친구고, 7000만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 외교사절단입니다.”

30일 찾은 서울 중구 신당3동의 사이버 민간외교사절단 반크(http://www.prkorea.com) 사무실은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한국 역사 바로 알리기’ 운동을 펼치는 사이버 외교사절단 1만3300명을 양성해 낸 한국 본부 사무실은 7평 남짓했다.

이곳에서 박기태(31) 대표 등 ‘간부’ 5명이 다음주부터 주한 외국 대사관과 전 세계 초·중·고교에 보낼 고구려 역사가 실린 엽서 15000장과 영문 안내책자 3000장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외국 교과서의 동해 단독 표기 관철 등 가시적 성과를 이뤄냈지만 아직 시작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반크는 그동안 해외 역사학자나 교수, 출판사, 언론사 등에 홍보 및 항의 e메일을 보내 ‘일본해’로 표기됐던 동해의 병기 및 단독 표기를 관철하고,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12개 세계 유명 포털사이트의 한국사 오류를 바로잡았다. 그러나 반크가 주력하는 외교 대상은 초·중·고 및 대학생 등 젊은층이다. 수십년간 중국과 일본 문화에 심취해 고집스런 원로 교수들을 설득하는 것 보다 ‘미래의’대통령과 교수, 학자, 언론인이 될 외국 젊은이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게 장기적으로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래서 반크는 외국 초·중·고교 50개 학급과 자매결연을 맺고 한국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자료들을 보내주고 있다.

반크에서 활동하는 회원은 70% 이상이 초·중·고교생들이다. 박 대표는 “1998년 대학에 다니면서 외국 친국를 사귀고 싶어 펜팔사이트를 만들었는데 또래 대학생들이 많이 가입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초·중·고생들의 인기가 폭발적이었다”고 소개했다. 펜팔사이트로 출발했지만 외국 친구를 사귀면서 회원들은 ‘한국은 중국 속국’,‘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새우 같은 나라’등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박씨는 본격적으로 한국 역사를 바로 알리기로 마음 먹고 2001년 다니던 방송국 일을 그만뒀다. 나머지 4명도 4∼6년씩 다니던 증권회사와 자동차회사 등을 그만두고 사이버 ‘외교관’의 길을 걷기로 의기투합했다. 반크의 실질적 지주이자 박씨의 인생 동반자인 이선희(31)씨가 “남편 꾐에 빠져 4년 동안 회사 다니며 모은 돈을 몽땅 투자했다”고 말하자 박씨는 “그 덕분에 외교관 부부가 되지 않았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현재 반크의 공식 회원은 1만3300여명으로 모두 영문자기소개서와 한국어소개서 작성, 국제협력서한, 교류서한 작성 등 철저한 교육과 시험을 거쳐 임명된 이들이다. 박씨는 “무조건 회원이 되는 게 아니라 외교관의 열정과 한국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회원으로 인정한다”며 “회원들이 10∼65세로 다양한데 팔수 끝에 합격한 회원도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와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독도 망언으로 촉발된 네티즌들의 ‘사이버대전’에 대해 박씨는 “표현 방법이 다를 뿐 마음은 모두 같다고 생각한다”며 “반크는 싸워서 항복을 받아내는 것보다는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설득하고 스스로 인정하게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2004-1-31)